칼럼/형사

성범죄 피해자 변호사는 조사와 재판에서 무엇을 하나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2

형사 절차는 국가와 피의자 사이의 일로 짜여 있습니다. 피해자는 사건의 당사자인데도 절차 안에서는 증인처럼 불려 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에게 변호사 선임의 특례를 따로 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피해자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

성폭력처벌법 제27조는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이 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받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 변호사에게 주어진 권한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 수사기관의 사실관계 확인, 면담, 조사에 참여해 의견을 진술(조사 도중에는 승인을 받아)
  • 구속 전 피의자심문, 증거보전절차, 공판준비기일과 공판절차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
  • 증거보전 후의 서류·증거물과 재판 중인 사건의 관계 서류·증거물 열람·등사
  •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대리가 허용되는 모든 소송행위에 대한 포괄적 대리

여기에 제34조의 신뢰관계인 동석, 제29조의 조사 횟수 최소화, 제24조의 피해자 신원 공개 금지가 더해집니다. 이 장치들은 피해자가 신청하거나 요청해야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그 요청을 챙기느냐가 실제 절차의 모습을 바꿉니다.

국선변호사로 충분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으면 검사는 국선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고, 19세 미만 피해자 등에게는 반드시 선정해야 합니다. 가해자가 혐의를 인정하고 증거가 분명한 사건이라면 국선변호사의 조력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가해자가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해 진술이 정면으로 맞서는 사건, 촬영물 유포가 진행 중인 사건, 민사 배상까지 함께 준비해야 하는 사건은 사정이 다릅니다. 고소장을 어떤 조문으로 구성하느냐가 수사의 방향을 정하고, 불송치나 불기소가 나오면 기한 안에 불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2026. 10. 2. 이후 불송치 통지를 받았다면 통지일부터 3개월 안에 이의신청할 수 있고, 불기소 처분에는 통지일부터 30일 안에 항고할 수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 측 주장이 새로 나오면 그때마다 의견서로 반박해야 하고, 대질조사를 할지, 영상녹화를 요청할지 같은 결정도 그때그때 내려야 합니다. 이런 판단을 피해자 혼자 감당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합의와 배상도 피해자의 몫입니다

가해자 측의 합의 요청을 피해자가 직접 받으면 그 자체가 부담이 됩니다. 변호사가 연락 창구를 맡으면 합의할지, 처벌을 끝까지 구할지를 피해자가 차분히 정할 수 있고, 합의한다면 비밀유지와 접근금지 같은 조건을 합의서에 담을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 중에는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그와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한다는 것은 싸움을 키운다는 뜻이 아닙니다. 피해를 몇 번이고 다시 말해야 하는 절차 안에서, 같은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진술을 함께 정리한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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