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옷 입은 모습을 찍어도 불법촬영이 될까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9.30

불법촬영이라고 하면 화장실이나 탈의실의 몰래카메라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거리에서 레깅스 차림을 찍었다거나 지하철 맞은편 사람의 다리를 찍었다는 사건도 적지 않습니다. 노출이 없었는데도 범죄가 되느냐는 질문이 그래서 나옵니다.

법이 말하는 신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조문은 노출을 요건으로 두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찍었는지보다 그 촬영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묻는 구조입니다.

법원은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평균적인 사람 입장에서 판단하면서, 여러 사정을 함께 봅니다. 옷을 입은 모습이라도 특정 부위를 확대하거나 뒤를 따라가며 반복해서 찍었다면 해당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풍경이나 일상적인 인물 사진에 사람이 함께 담긴 정도라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 정도
  •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른 경위
  • 촬영 장소와 각도, 거리
  •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해 찍었는지

끝까지 찍지 못했어도, 지웠어도

제14조는 미수범도 처벌합니다(성폭력처벌법 제15조). 치마 밑으로 휴대폰을 넣는 등 촬영을 시작했다면 저장된 파일이 없어도 미수가 될 수 있습니다. 촬영이 이루어진 순간 범죄가 성립하므로 나중에 지웠다고 없던 일이 되지도 않고, 삭제한 파일은 포렌식으로 복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찍지 않았어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촬영물이나 복제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제14조 제4항). 받은 영상을 다른 단체방에 전달했다면 제공이나 반포로 평가되어 촬영과 같은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연인 사이에서 찍은 영상도 예외가 아닙니다. 촬영 당시 동의가 있었는지는 장면마다 따로 봅니다. 여러 번 동의를 받아 촬영했더라도 그중 한 번에 동의가 없었다면 그 촬영은 별개로 문제가 되고, 상대방이 촬영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과 촬영에 동의했다는 것도 같은 말이 아닙니다.

휴대폰 안의 다른 파일이 사건을 키웁니다

불법촬영 사건에서 휴대폰은 가장 중요한 증거입니다. 이번 신고와 무관한 예전 사진까지 확인되면 별개의 사건이 추가되고, 상습으로 평가되면 형이 2분의 1까지 가중될 수 있습니다(제14조 제5항). 현장에서 임의제출을 요구받았다면 제출 여부만이 아니라 어느 기간, 어느 앱의 자료로 범위를 정할지도 함께 밝혀야 합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은 벌금형이 확정되어도 신상정보 등록대상입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처럼 벌금형이면 등록에서 빠지는 죄와 다르니, 처분 단계에서 기소유예 가능성을 얼마나 진지하게 따지느냐가 결과를 바꿉니다. 찍힌 장면이 법이 말하는 신체에 해당하는지는 그 첫 번째 논점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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