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지하철 추행에 성폭력처벌법 제11조가 붙는 이유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6.09지하철에서 신고를 당한 분이 받은 출석요구 문자에는 보통 '성폭력처벌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이라는 긴 죄명이 적혀 있습니다. 강제추행과 무엇이 다른지 묻는 분이 많습니다. 같은 신체 접촉이라도 장소 때문에 다른 조문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답입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이 다릅니다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할 것을 요구합니다. 반면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하면 성립하고, 폭행이나 협박을 따로 요구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몰려 있어 피해자가 피하기 어렵고 가해자는 우연을 가장하기 쉬운 공간이라는 점을 법이 따로 본 것입니다.
법정형도 다릅니다.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제11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징역 상한은 제11조가 낮지만 벌금 상한은 오히려 높습니다. 기습적으로 신체를 만진 정황이 뚜렷하면 지하철 안이라도 강제추행이 검토될 수 있어, 어느 조문으로 조사받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가 지하철과 버스만을 뜻하지도 않습니다. 조문은 공연장과 집회 장소를 예로 들고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를 함께 적었습니다. 축제 현장, 붐비는 엘리베이터, 줄이 길게 늘어선 매장처럼 장소의 성격과 당시 상황에 따라 해당 여부가 다퉈질 수 있습니다.
미수는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5조는 미수범 처벌 대상을 제3조부터 제9조까지와 제14조, 제14조의2, 제14조의3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제11조는 여기에 없습니다. 손을 뻗었다가 닿기 전에 제지된 사건이라면 제11조 미수로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형법상 강제추행은 미수범을 처벌하므로(형법 제300조), 이 차이 때문에 적용 조문이 사건의 크기를 바꾸기도 합니다.
결국 고의와 동선의 문제입니다
제11조 사건에서 가장 많이 다퉈지는 것은 일부러 닿았는지입니다. 혼잡한 열차에서 몸이 밀린 것과 일부러 손이나 몸을 붙인 것은 결론이 다릅니다. 수사기관은 차량과 역사 CCTV, 손의 위치, 접촉 시간, 하차 직후의 행동을 봅니다. 탑승역과 하차역, 교통카드 기록, 당시 들고 있던 가방처럼 자세를 설명할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구하기 어렵습니다.
현장에서 붙잡혀 지구대로 간 경우라면 그 자리에서 쓴 진술서가 사건의 뼈대가 됩니다. 당황해서 "죄송하다", "닿은 것 같다"고 적은 문장은 나중에 고의를 인정한 말로 읽히기 쉽습니다. 이미 쓴 진술서가 있다면 무엇을 적었는지부터 기억나는 대로 옮겨 두세요.
한 가지 오해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법정형이 강제추행보다 가볍다고 해서 부수처분까지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 제11조도 벌금형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대상이 되고, 이수명령과 취업제한도 함께 판단됩니다. 기소유예와 벌금형 사이의 거리가 그만큼 멉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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