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의제강간 사건은 나이 세 개로 갈립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9.12"서로 좋아서 만난 사이인데 왜 강간인가요." 미성년자와의 관계로 연락을 받은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법은 이 질문에 나이로 답합니다. 행위 당시 상대방이 몇 살이었는지, 그리고 나는 몇 살이었는지가 사건의 큰 줄기를 정합니다.
13세 미만
상대방이 13세 미만이면 동의는 의미가 없습니다. 형법 제305조 제1항은 13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을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의 예에 따라 처벌하고, 행위자의 나이를 따지지 않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7조가 적용되어 강간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강제추행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13세 미만에 대한 이런 범죄에는 공소시효도 적용되지 않습니다(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3항).
13세 이상 16세 미만
이 구간에서는 행위자의 나이가 기준이 됩니다. 형법 제305조 제2항은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19세 이상의 사람을 같은 예에 따라 처벌합니다. 그래서 행위자가 19세 생일을 지나기 전의 일이라면 이 조항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관계가 여러 달 이어졌다면 양쪽의 생일을 기준으로 시기를 나눠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조항은 2020. 5. 19. 신설됐습니다. 범죄의 성립은 행위 당시의 법률로 판단하므로, 그 전에 있었던 일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오래된 일로 문제가 된 경우라면 날짜부터 정확히 특정해야 합니다.
16세 이상 19세 미만
상대방이 16세 이상이면 동의가 다시 의미를 가집니다. 다만 폭행·협박이나 위계·위력이 있었다면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가, 대가를 주거나 약속했다면 아동·청소년 성매수(제13조)가 적용됩니다. 아동·청소년의 기준은 19세 미만이어서, 성인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구간이든 고의는 필요합니다. 의제강간도 상대방이 16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행위해야 성립합니다. 상대방이 나이를 속였다면 다툴 여지가 있지만,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학교 이야기가 한 번이라도 나왔다면 그 대화가 불리하게 작용하므로, 대화 전체를 시간 순서로 다시 읽어 보는 일이 먼저입니다. 아래 사정들이 함께 판단됩니다.
- 상대방이 밝힌 나이와 그 대화가 오간 시점
- 학교, 학년, 교복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지
- 신분 확인이 필요한 장소에 함께 갔는지
- 상대방의 친구나 가족을 만난 적이 있는지
동의가 있었어도 처벌의 무게는 강간과 같습니다. 성관계가 있었다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범위에서 형이 정해지고, 입맞춤이나 신체 접촉이라면 강제추행의 예에 따라 벌금형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등한 교제였다는 사정은 처분과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으니 관계의 흐름을 보여줄 자료를 정리해 두시고, 합의는 법정대리인인 부모와 변호인을 통해 진행해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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