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합의 제안을 받은 피해자가 서명 전에 따져 볼 조항들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9.09

합의할지 말지는 피해자가 정합니다. 합의하지 않았다고 불이익이 생기지 않고, 합의하더라도 성범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수사와 재판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그런데도 합의를 고민하게 되는 것은 피해 회복이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정했다면 그다음은 문서입니다.

처벌불원 문구는 따로 생각합니다

가해자 측이 합의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처벌불원 의사가 처분과 형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합의서 초안에는 대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 있습니다. 배상은 받되 처벌불원 의사는 밝히고 싶지 않다면 그 문구를 빼고 합의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가해자 측이 제시하는 조건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합의는 부모 같은 법정대리인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은 피해자 본인의 생각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처벌불원 문구를 넣는다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알고 서명해야 합니다. 한 번 낸 처벌불원서는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그대로 판단 자료로 쓰입니다.

서명 전에 확인할 조항

  • 합의금 액수, 지급 날짜와 방법(분할이라면 회차별 날짜)
  • 처벌불원서를 내는 시점(지급이 끝난 뒤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
  • 다시 연락하거나 접근하지 않는다는 약속과 어겼을 때의 조치
  • 사건 내용을 서로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비밀 유지
  •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어디까지 하지 않을지
  • 촬영물이 있는 사건이라면 원본과 복제본 삭제 확약

가장 자주 문제 되는 것은 지급과 처벌불원서의 순서입니다. 처벌불원서를 먼저 써 주고 나머지 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급이 끝난 뒤 제출하거나 지급과 동시에 넘기는 방식으로 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접근 금지 조항에는 직장이나 학교처럼 피해자가 일상적으로 머무는 곳을 구체적으로 적는 편이 좋고, 피해자 계좌 번호가 알려지는 것이 걱정된다면 대리인을 거쳐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

합의서에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면 주의 깊게 읽어야 합니다. 이 문구에 서명하면 치료비나 위자료를 따로 청구할 길이 막힐 수 있습니다. 앞으로 치료가 길어질 것 같다면 그 부분을 남겨 두거나, 합의금에 무엇이 포함되는지 분명히 적어야 합니다. 형사공탁이 들어온 뒤에 합의 제안이 오는 경우도 있는데, 공탁금을 받을지와 합의할지는 별개의 결정이니 어느 쪽이 맞는지 함께 따져 보세요.

가해자 측 변호사가 보낸 초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습니다. 피해자 쪽에서 원하는 조건을 넣어 다시 제안할 수 있고, 서명하기 전까지는 언제든 마음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지산은 피해자 측 대리인으로서 가해자 측 연락을 대신 받고, 피해자가 원하는 조건으로 합의서 문구를 정리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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