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아이가 피해를 털어놓은 날, 부모가 피해야 할 세 가지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4.02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는 순간은 예고 없이 옵니다. 저녁을 먹다가, 차 안에서, 잠들기 직전에. 부모는 화가 나고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런데 그날 부모가 보인 반응이 이후 학교 조사와 심의위원회, 경찰 조사에서 아이 진술의 무게를 바꿔 놓는 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지 않습니다

확실히 하고 싶은 마음에 정말 그 애가 그랬는지, 몇 번이었는지를 되풀이해 물으면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답을 찾기 시작합니다. 부모가 한 말이 아이 기억에 섞이고, 나중에 조사관 앞에서 날짜나 횟수가 달라지면 상대 쪽은 진술이 바뀌었다고 공격합니다. 한 번 끝까지 듣고, 들은 그대로 적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기록은 아이 앞에서 받아 적기보다 대화가 끝난 뒤 바로 적는 편이 아이가 덜 위축됩니다. 날짜를 정확히 모르면 체육대회 다음 주처럼 아이가 떠올린 기준을 그대로 적어 두세요.

가해 학생을 직접 찾아가지 않습니다

하굣길에 가해 학생을 불러 세워 훈계하거나 큰 소리를 내는 일은 피해 측 부모가 가장 후회하는 행동 가운데 하나입니다. 상대가 아동학대로 문제 삼기 시작하면 사건의 초점이 아이의 피해에서 부모의 행동으로 옮겨 갑니다. SNS에 상대 학생을 알아볼 수 있게 글을 올리는 것도 같은 이유로 피하세요.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실 대화를 녹음하는 것도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대법원도 부모가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실 발언을 녹음한 사건에서 그 녹음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0도1538 판결).

진단서를 넉넉하게 부탁하지 않습니다

2주 이상 진단이 나오면 학교장 자체해결 대상에서 빠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단 기간을 늘려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단서는 아이 상태대로 받으면 됩니다. 무리하게 받은 진단은 오히려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괴롭힘이 지속됐다면 진단 기간과 상관없이 자체해결 대상이 아닙니다.

상담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상담에서 한 말이 날짜와 함께 남아 있으면 그 자체로 진술을 받쳐 주는 자료가 됩니다.

  • 아이가 쓴 표현 그대로 날짜, 장소, 상대, 들은 말과 당한 행동을 적기
  • 다친 곳 사진을 찍고 진료 받기, 잠을 못 자거나 등교를 꺼리면 상담 예약
  • 대화방과 DM은 내보내기로 통째로 저장하고 날짜가 보이는 화면도 캡처
  • 담임교사나 학교폭력 책임교사에게 문자나 이메일로 신고하며 분리와 CCTV 보존 요청

학교 신고서를 다듬고 증거를 정리하는 일은 다음 날 차분히 해도 늦지 않습니다. 다만 대화방 저장과 진료만큼은 미루지 마세요. 메시지는 지워지고 상처는 아뭅니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는 말부터 해 주세요. 그 말이 있어야 다음 일이 생겼을 때도 아이가 부모에게 먼저 말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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