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학교 전화를 받은 날 저녁, 아이에게 먼저 물을 것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5.05

학교폭력 책임교사의 전화는 대개 놀라지 말고 들으시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전화를 끊고 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는 것. 그런데 그날 저녁 아이에게 가장 먼저 던지는 그 질문이 사건의 첫 단추를 엉뚱하게 끼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랬냐고 묻기 전에

처음부터 이유를 캐물으면 아이는 혼나지 않을 만큼만 말합니다. 부모 표정을 살피며 말을 고르고, 불리한 대목은 건너뜁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가 며칠 뒤 확인서에 그대로 옮겨지고, 나중에 다른 학생의 진술이나 대화방 기록과 어긋나면 아이 말 전체가 의심받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자리에는 부모 중 한 사람만 앉는 편이 좋습니다. 두 사람이 번갈아 묻기 시작하면 대화가 추궁으로 바뀝니다.

첫 대화의 목표는 판단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있었고, 무엇을 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듣습니다. 아이가 쓴 표현은 다듬지 말고 그대로 적어 두세요. 욕설도 실제로 한 말 그대로 적어야 나중에 축소했다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빠뜨리기 쉬운 질문들

부모가 놓치는 질문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아이를 감싸려는 질문이 아니라 사건의 앞뒤를 채우려는 질문입니다.

  • 그 일이 처음 있었던 날과 그 뒤로 몇 번 더 있었는지
  •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과 각자 한 행동
  • 아이가 먼저 놀림이나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지
  •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대화, 사진, 영상이 무엇인지
  • 직접 기억하는 부분과 친구에게 전해 들은 부분의 구분

아이가 장난이었다고 말하면 그 말을 그대로 적되 거기서 멈추지 마세요. 상대가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였을 것 같은지, 싫다는 표시를 한 적이 있는지까지 물어야 합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그 행위로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 피해가 생겼는지를 보기 때문에(제2조), 장난이었다는 말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그날 밤 하지 말아야 할 것

불안한 마음에 아이 휴대전화를 열어 대화방을 정리하게 하거나, 같이 있던 친구 부모에게 전화해 말을 맞추는 일은 피하셔야 합니다. 상대 쪽 휴대전화에도 같은 대화가 남아 있어 지워도 소용이 없고, 지운 사실만 증거 인멸로 남습니다.

상대 학생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말도 그날 분명히 해 두세요. 학교장은 사건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가해학생에게 접촉·협박·보복 금지 조치를 해야 하고(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제4항), 여기에는 메시지와 SNS 댓글도 들어갑니다. 사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도 직접 연락은 미뤄야 합니다.

들은 내용은 그날 바로 한 장으로 정리합니다. 날짜, 장소, 행동, 근거 자료를 칸으로 나눠 적으면 그 표가 확인서와 조사관 면담, 혹시 모를 경찰 조사까지 기준이 됩니다. 아이가 부모에게 말하기 어려워하면 제3자가 따로 들어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첫날 저녁의 한 시간이 이후 몇 달의 절차를 좌우한다는 점만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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