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학폭 피해, 고소장을 내기 전에 정할 순서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3.14학교에 신고했지만 학교 절차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피해 측 부모는 경찰 고소를 생각합니다. 학교폭력 절차와 형사 고소는 따로 진행할 수 있으니 고소 자체는 가능합니다. 다만 언제, 어떤 순서로 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겪는 부담과 다른 절차의 진행이 달라집니다. 화가 난 날 바로 경찰서로 가기 전에 몇 가지를 먼저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아이의 진술 횟수를 먼저 셉니다
학교 신고 뒤에는 확인서, 전담조사관 면담, 심의위원회 진술이 이어집니다. 여기에 경찰 조사가 더해지면 아이는 같은 장면을 네다섯 번 말하게 됩니다. 말할 때마다 고통이 되살아나고, 말할 때마다 표현이 조금씩 달라져 상대 쪽이 진술이 바뀌었다고 공격할 여지가 생깁니다. 그래서 고소 시점은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진술 횟수를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소를 학교 절차가 끝난 뒤로 미루면 학폭위에서 정리된 사실과 회의록을 자료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증거가 사라질 위험이 크거나 위협이 계속된다면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협박이나 보복이 진행 중이라면 학교 절차와 상관없이 바로 경찰에 신고하세요.
다른 절차와 부딪히는 지점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는 손해배상 합의조정을 포함한 분쟁조정을 할 수 있고, 조정 기간은 1개월을 넘지 못합니다(학교폭력예방법 제18조). 그런데 고소하거나 민사소송을 내면 분쟁조정이 거부되거나 중지될 수 있습니다(시행령 제28조). 조정으로 치료비와 사과를 받고 싶다면 고소부터 내기 전에 이 점을 따져 봐야 합니다.
성 관련 사건은 사정이 다릅니다. 학교 교직원은 직무상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알게 되면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하므로(청소년성보호법 제34조제2항) 부모가 원하지 않아도 수사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신고할 때 피해 측 뜻을 수사기관에 전해 달라고 요청하고, 아이가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하지 않도록 진술 순서를 미리 정해 두세요. 19세 미만 피해자의 진술 영상녹화는 피해자나 보호자가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습니다(성폭력처벌법 제30조제3항).
고소 전에 갖출 것
- 날짜순 사건 정리표와 근거 자료 번호
- 진단서, 진료 기록, 상담 소견서
- 대화방 내보내기 파일과 캡처, 게시물 주소
- 목격 학생 이름과 본 내용
- 학교에 신고한 날짜와 학교 절차 진행 상황
고소장에는 감정보다 사실을 씁니다. 날짜와 행위를 하나씩 나눠 적고, 행위마다 어떤 자료가 있는지 표시해 두면 수사관이 사건을 빨리 파악합니다.
상대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면 형사처벌 대신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가고, 만 10세 미만이면 보호처분도 받지 않습니다(형법 제9조, 소년법 제4조). 고소로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같은 사건에서도 답이 달라집니다. 손해배상에는 안 날부터 3년이라는 시효도 있으니(민법 제766조) 순서를 고민하다 기한을 넘기지 않도록 날짜도 함께 적어 두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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