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반성문과 의견서, 다투면서 반성할 수 있을까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8.24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사건 가운데 상당수는 전부 사실이거나 전부 거짓인 경우가 아닙니다. 놀린 것은 맞지만 때리지는 않았다거나, 한 번 밀친 것은 맞지만 몇 달 동안 괴롭힌 것은 아니라는 식입니다. 이럴 때 부모들은 묻습니다. 다투는 부분이 있는데 반성문을 내면 전부 인정하는 셈이 되지 않느냐고. 하나라도 인정하면 전부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져 버티고 싶은 마음도 이해됩니다.

행위별로 나누는 것이 출발점

답은 행위를 쪼개는 데 있습니다. 신고된 내용을 날짜와 행위 단위로 나누고, 각각을 인정하는 것, 사실과 다른 것, 기억나지 않는 것으로 분류합니다. 의견서는 이 분류를 그대로 따라가며 사실과 다른 부분에는 이유와 자료를 붙이고, 인정하는 부분에는 그때 왜 그랬는지와 지금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씁니다.

반성문은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씁니다. 하지 않은 행동까지 모두 제 잘못이라고 쓰면 그 문장이 조치 판단에 그대로 들어가고, 나중에 행정심판이나 경찰 조사에서 인정의 근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증거가 분명한 행동까지 부인하면 반성 정도 평가에서 손해를 봅니다. 수사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다툴 것만 다투는 진술이 결국 가장 믿을 만한 진술로 남습니다.

위원들이 읽는 순서를 생각합니다

위원들은 심각성·지속성·고의성, 반성 정도, 화해 정도 등을 봅니다(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9조). 의견서도 이 순서로 쓰면 읽히기 쉽습니다. 사실관계 다툼을 길게 늘어놓은 뒤 마지막에 한 줄로 반성한다고 쓰면, 다투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날짜표에 기억 없음이라고 표시한 칸이 많다면 그 이유도 적어 두세요. 오래전 일이라서인지,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인지에 따라 위원들이 받아들이는 무게가 다릅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을 지적하는 것과 상대 학생을 비난하는 것은 다르게 읽힌다는 점도 기억해 두세요.

  • 맨 앞에 행위별 날짜표(인정, 다툼, 기억 없음 표시)
  • 다투는 행위마다 근거 자료 번호
  • 인정하는 행위에 대한 아이의 생각
  • 사건 뒤 가정에서 한 지도와 사과 시도 기록
  • 앞으로의 생활 계획

반성문은 아이 손으로

부모가 다듬은 반성문은 문장이 매끄러워서 오히려 티가 납니다. 맞춤법이 서툴러도 아이가 자기 말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지 않을지 쓰는 편이 낫습니다. 그 행동으로 상대가 어떤 마음이었을지를 한 줄이라도 쓰게 해 보세요.

그 한 줄에서 위원들은 아이가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 봤는지를 읽습니다. 끝에 선처를 부탁하는 문장을 넣을지 고민된다면 넣지 않아도 됩니다. 판단은 위원들의 몫이고, 반성문은 아이의 생각을 보여 주는 서류입니다.

부모가 할 일은 다투는 행위를 인정하는 문장이 섞이지 않았는지 함께 읽어 보는 것까지입니다. 그 선을 지키면 다투는 것과 반성하는 것은 한 사건 안에서 충분히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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