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장난이었다'는 말이 학폭위에서 힘을 잃는 이유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7.04"애들끼리 장난친 걸 가지고 학교폭력이라니요." 학교에서 연락을 받은 부모님이 상담실에서 가장 먼저 꺼내는 말입니다. 그 억울함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법이 학교폭력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한 번만 읽어 보면, 이 말이 심의위원회에서 왜 생각만큼 힘을 쓰지 못하는지 보입니다.
법은 의도보다 피해를 먼저 묻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제1호는 학교폭력을 학교 안팎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한 상해, 폭행, 협박, 명예훼손·모욕,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으로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가 따르는 행위라고 정합니다. 이 정의에는 '괴롭히려는 의도'라는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상대 학생이 실제로 피해를 입었다면 일단 정의 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의도는 그다음 단계, 곧 조치 수위를 정할 때 고의성이라는 이름으로 따집니다. '장난이었다'는 주장은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항변보다는 조치를 가볍게 해 달라는 사정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따돌림 정의는 더 분명합니다. 같은 조 제1호의2는 2명 이상의 학생이 특정 학생을 상대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심리적 공격을 해 상대가 고통을 느끼게 하는 모든 행위를 따돌림이라고 합니다. 기준이 '상대가 고통을 느꼈는가'에 놓여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여럿이 한 아이를 두고 웃은 일이 그 자리에서는 놀이였어도, 반복됐다면 이 정의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장소도 묻지 않습니다. 정의에 '학교 내외'라고 적혀 있어서 하굣길, 학원, 온라인 대화방에서 생긴 일도 학생을 대상으로 했다면 똑같이 다룹니다.
그렇다고 모든 다툼이 학교폭력은 아닙니다
한 번 툭 친 정도의 접촉, 서로 주고받은 농담처럼 경계에 걸친 일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사안에서 갈림길은 행위의 이름이 아니라 내용입니다. 상대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같은 일이 반복됐는지, 두 아이가 평소 어떤 사이였는지가 결론을 바꿉니다.
최근 대법원도 정의 규정에 글자상 들어맞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행위의 경중과 경위, 학생들의 나이와 관계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결국 '장난'이라는 평가 대신 그 장난의 실제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장난' 대신 설명해야 할 것
- 언제, 어디서, 몇 번 있었던 일인지
- 상대가 싫다는 뜻을 보였는지, 그 뒤에도 이어졌는지
- 두 아이의 평소 관계와 그 무렵 주고받은 대화
- 일이 있은 뒤 사과하거나 관계를 되돌리려고 한 일
심의위원회는 시행령 제19조에 따라 심각성·지속성·고의성과 반성, 화해 정도를 따져 조치를 정합니다. 위 사실들이 바로 그 판단 재료입니다. 피해학생 측이라면 반대로, 상대가 '장난'이라고 부르는 일 뒤에 숨은 반복과 거절의 흔적을 날짜순으로 정리하면 됩니다.
아이의 말을 믿어 주는 일과 아이의 행동을 법의 언어로 설명하는 일은 다릅니다. 확인서를 쓰기 전에 그 차이를 한 번 짚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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