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초등 1학년 사건에서 대법원이 본 것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5올해 9월 초등학교 저학년 학교폭력 사건에서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 사이에서 "이제 저학년은 학교폭력이 안 된다는 거냐"는 질문이 오가는데, 판결의 내용은 그보다 조심스럽습니다. 무엇을 말했고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 나눠 보겠습니다.
판결이 다룬 사안
사안은 만 7세 학생이 방과후 수업 중 친구를 단상 아래로 한 번 민 일이었습니다. 바로 사과가 있었고 관계도 회복됐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안을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재결이 옳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26. 9. 3. 선고 2026두30954 판결).
판단의 틀은 이렇습니다. 어떤 행위가 학교폭력인지는 학교폭력예방법 정의 규정에 글자상 들어맞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행위의 경중, 경위와 전후 사정, 학생들의 연령과 관계,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의 필요성까지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판결이 말하지 않은 것
이 판결은 저학년이면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뜻이 아닙니다. 판결이 중요하게 본 사정은 한 번에 그친 행위, 곧바로 이어진 사과와 관계 회복, 그리고 행위자가 만 7세였다는 점이었습니다. 같은 저학년 사건이라도 반복됐거나, 피해가 무겁거나, 상대가 싫다고 한 뒤에도 이어졌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피해학생 측이라면 이 판결을 이유로 신고를 망설일 필요는 없습니다.
관계회복 숙려제와 함께 보면
교육부는 2026년 3월부터 초등 1·2학년의 경미한 사안에 관계회복 숙려제를 도입했습니다. 심의 전에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먼저 하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학교 전담기구 심의를 미루는 시범사업입니다. 법령에 근거한 제도가 아니어서 숙려 기간 일수가 정해져 있지 않고, 서울처럼 초등 전 학년으로 넓혀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참여에 동의하지 않으면 원래 절차대로 진행됩니다.
대법원 판결과 숙려제는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어린 학생 사이의 일은 처벌보다 관계 회복과 교육의 관점에서 먼저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둘 다 사과와 회복이 실제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전제로 합니다. 이 판결을 들고 "저학년이니 학교폭력이 아니다"라고만 주장하는 의견서는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행위가 한 번이었는지, 사과가 언제 어떻게 있었는지, 지금 두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를 날짜와 자료로 보여 주어야 판결이 말한 종합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저학년 부모님께 드리는 당부
- 아이에게 유도 질문을 하지 말고, 아이가 쓴 말 그대로 기록합니다
- 사과는 빨리 하되 상대 보호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과 시점을 확인합니다
- 학부모 단체 대화방에서 사건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 숙려제나 자체해결에 동의하기 전, 이후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학교에 묻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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