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상사라는 이유만으로 위력이 되지는 않습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4.02직장 안에서 생긴 일로 고소장을 받으면 죄명란에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이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보는 분들은 팀장이니까, 대표니까 자동으로 위력이 인정되는 것인지 묻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 죄는 직함보다 두 사람 사이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위력의 뜻과 판단 방법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자기의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같은 관계에서 간음하면 형법 제303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대법원은 위력을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 보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며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9. 9. 9. 선고 2019도2562 판결). 판단은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와의 관계, 행위에 이른 경위, 당시 정황을 종합해서 합니다.
그러니 같은 회사 상사라는 사실만으로 성립하지도 않고, 명시적으로 압박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부정되지도 않습니다. 인사평가나 계약 연장 같은 권한이 실제로 상대방의 선택을 좁혔는지가 다툼의 중심입니다.
보호·감독 관계는 서류보다 실제를 봅니다
직속 상하관계가 아니어도 업무를 배정하거나 평가에 의견을 낼 수 있었다면 보호·감독 관계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인턴, 아르바이트, 프리랜서처럼 고용 형태가 다양한 경우에도 계약서 이름보다 누가 일을 시키고 평가했는지를 봅니다. 반대로 직급은 높아도 다른 부서여서 업무상 영향이 없었다면 이 조문이 아니라 다른 조문의 요건을 따지게 됩니다.
강제추행과 무엇이 다른가
업무상 위력 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성립한다는 점에서 강제추행보다 넓습니다. 대신 법정형은 강제추행(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낮습니다. 기습적으로 신체를 만진 사건이라면 상하관계가 있어도 강제추행이 검토될 수 있어, 어느 조문으로 조사받는지가 사건의 무게를 바꿉니다.
연인 관계였다는 주장도 자주 나옵니다. 상하관계에서는 피해자가 웃으며 넘기거나 다정한 답장을 보냈어도, 법원은 지위 때문에 거절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메시지 몇 개보다 업무와 무관한 만남이 있었는지, 대화가 대등하게 오갔는지,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고 끝났는지를 처음부터 시간 순서로 보여줘야 합니다.
미수 처벌도 다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 미수범 처벌 대상에 제10조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반면 형법상 강제추행은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행위가 어디까지 나아갔는지를 정확히 특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벌금형만 나와도 신상정보 등록대상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회사 징계는 형사 절차와 따로 진행되고, 사내 조사에서 낸 경위서나 사과문이 수사기관에 제출되는 일도 흔합니다. 회사에 무엇을 말할지 정하기 전에 형사 사건에서 다툴 부분과 인정할 부분부터 나눠 두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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