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상대가 사실은 깨어 있었다면 준강간은 무혐의일까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1.12준강간 사건에서 방어 논리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그때 잠들었거나 만취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준강간의 요건이 없으니 죄가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논리만 보면 그럴듯하지만, 대법원은 이 문제를 다르게 정리했습니다.
2019년 전원합의체가 본 것
대법원은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 상태를 이용해 간음했는데 실제로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던 경우를 다뤘습니다. 결론은 준강간죄의 결과가 생길 수 없었더라도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불능미수가 성립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으면 처벌한다고 정합니다. 다만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 준강간은 형법 제300조에 따라 미수범도 처벌하므로 이 조문이 그대로 적용된 것입니다.
미수라고 해서 가벼운 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준강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미수는 그 범위를 기준으로 감경 여부를 따집니다. 감경이나 면제는 법원이 할 수 있는 것이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어서, 결국 양형자료가 다시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진술에서 무엇이 중요해지나
이 판결 이후에는 상대방의 실제 상태와 함께 행위자가 그 상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조사에서 "상대가 많이 취해 보였다", "잠든 줄 알았다"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은 이용하려는 인식을 보여주는 진술로 읽힐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깨어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다 오히려 미수의 근거를 내주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서로 의사를 주고받으며 관계에 이르렀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때는 상대방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다투게 됩니다. 관계 직전의 대화, 숙소로 이동한 경위, 다음 날 아침의 연락이 그 근거입니다.
고소한 쪽에서 보면 이 판결은 의미가 다릅니다. 당시 자신이 어느 정도 의식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고소를 망설이는 분들이 있는데, 상대방이 그 상태를 어떻게 여기고 행동했는지도 함께 판단된다는 점을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기억나는 부분과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나눠 정리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그날 주고받은 메시지와 귀가 경로 기록도 지우지 말고 두세요.
주장의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깨어 있었다는 주장과 합의된 관계였다는 주장은 겉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다른 길입니다. 어느 쪽으로 다툴지 정하지 않고 조사에 들어가면 진술이 두 방향으로 흩어지고, 수사관은 그 틈을 바로 짚습니다. 미수로 인정되면 법원이 형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양형에서 의미가 있지만, 처음부터 그것을 목표로 삼을 일은 아닙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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