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장애인 대상 성범죄, 장애를 알았는지부터 따집니다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1.23

같은 행위라도 상대방에게 장애가 있으면 적용되는 조문이 바뀝니다. 성폭력처벌법 제6조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을 강간하면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강제추행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합니다. 일반 강간과 강제추행에 비해 하한이 크게 올라갑니다.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제6조의 각 항은 일정한 수단을 요구합니다. 폭행이나 협박, 장애로 항거불능이나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한 것, 위계 또는 위력입니다. 위계나 위력으로 간음하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 추행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상대방에게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성적 접촉이 처벌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예외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13세 이상 19세 미만이고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장애 아동·청소년이라면 청소년성보호법 제8조가 적용됩니다. 이 조문은 수단을 묻지 않아, 상대방이 응했더라도 19세 이상인 사람의 간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고의의 문제입니다

행위자가 장애를 알지 못했다면 이 조문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수사기관은 대화 내용과 말투, 만난 횟수, 주변 사람의 진술로 장애를 알 수 있었는지를 봅니다. 장애인 등록이 없어도 정신적 장애가 인정될 수 있고, 반대로 등록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인식이 증명되지도 않습니다.

몰랐다는 주장은 객관 자료로 받쳐야 합니다. 만남 당시 상대방의 대화 수준, 일상생활의 모습, 주변의 평가가 그 자료입니다. 근거 없이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하면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피해자 진술이 만들어진 과정도 함께 봅니다. 판단 능력이 미약한 피해자를 조사할 때는 진술조력인이 참여해 의사소통을 도울 수 있습니다. 혐의를 받는 쪽에서는 처음 진술이 언제, 누구에게, 어떤 질문으로 나왔는지를 기록으로 확인하고, 보호자나 시설 관계자의 질문 방식이 진술 내용에 영향을 줬는지를 살핍니다. 장애인 보호·교육 시설의 장이나 종사자가 보호·감독 대상 장애인에게 범한 경우에는 형이 2분의 1까지 가중된다는 점도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위계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대법원은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위계에 의한 간음의 범위를 다시 정리했습니다. 피해자가 착각한 대상이 성행위 자체가 아니라 성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나 그에 결부된 대가여도 위계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사귀자는 말, 돈을 주겠다는 약속이 거짓이었다면 위계로 평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공소시효도 다르게 계산됩니다.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등은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습니다(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3항). 다만 이 특례가 생기기 전에 이미 시효가 끝난 사건인지는 범행 시점별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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