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조사 연습은 대본을 외우는 시간이 아닙니다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1.28

연습을 하면 오히려 외운 것처럼 보이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걱정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정해진 답을 외워 간 진술은 조사실에서 금방 티가 나고, 질문 순서가 조금만 바뀌어도 흔들립니다.

그래서 지산이 하는 조사 연습은 답안을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수사관이 물을 만한 질문을 미리 던져 보고, 대답이 막히는 곳과 남아 있는 자료가 어긋나는 곳을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상담에서 처음 사건을 털어놓을 때와 질문을 받으며 다시 말할 때, 같은 사람의 이야기도 꽤 달라집니다.

연습에서 실제로 드러나는 것

처음 이야기를 들을 때 매끄럽던 설명도 질문을 받으면 빈틈이 보입니다. 가게를 나온 시각을 열한 시쯤이라고 기억했는데 카드 결제 시각은 자정을 한참 넘긴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거짓말이 아니라 기억의 오차지만, 조사실에서 처음 드러나면 수사관은 의도를 의심합니다.

  • 시각과 순서가 결제·교통 기록과 맞는지
  •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할 곳과 기억나는 곳의 경계
  •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묘사할 때 추측이 섞이는지
  • 같은 내용을 다르게 물었을 때 답이 달라지는지

이런 지점을 연습에서 먼저 찾으면, 조사에서는 기억의 오차였다는 설명을 처음부터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차이라도 스스로 먼저 꺼내 설명한 것과 추궁당한 뒤 인정한 것은 전혀 다르게 읽힙니다.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의 선을 긋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전부 부인하거나 전부 인정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만난 사실과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 뒤의 행위는 다투는 식으로, 사실관계마다 입장이 나뉩니다. 이 선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면 조사 도중에 인정하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인정하는 답이 나옵니다.

진술거부권을 어디에 쓸지도 이때 정합니다. 피의자는 모든 질문에 대해, 또는 개별 질문에 대해 진술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어느 질문에 쓸지는 사건마다 달라서, 그 판단을 조사실에서 처음 하게 두지 않는 것이 연습의 목적입니다.

연습한 변호사가 조사실에 들어갑니다

연습 때는 조사 시간도 미리 알려 드립니다. 대기와 휴식을 합친 총조사시간은 12시간, 실제 조사시간은 8시간을 넘지 않도록 정해져 있고, 조사가 길어지면 2시간마다 10분 이상 쉬는 시간을 줘야 합니다(수사준칙 제22조·제23조). 언제 쉬자고 할지까지 알고 들어가면 지친 상태에서 대답을 서두르는 일이 줄어듭니다.

연습에서 어디가 약한지 본 변호사가 조사에 함께 들어가면, 그 지점에서 유도하는 질문이 나올 때 바로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부당한 신문방법에 이의를 제기하고 승인을 받아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3항). 연습과 동석이 한 사람에게서 이어진다는 점이 이 과정의 의미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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