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조사실의 변호인은 대신 대답하지 않습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5.09변호인과 함께 조사를 받기로 한 분들에게 조사 전날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변호사님이 대신 답해 주시는 거죠?' 기대와 달리 조사실에서 질문에 답하는 사람은 피의자 본인입니다. 변호인이 옆에서 대신 말하면 그것은 피의자의 진술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법이 정한 변호인의 자리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나 가족 등이 신청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신문에 참여하게 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이 끝난 뒤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신문 중이라도 부당한 신문 방법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수사관의 승인을 받아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
수사준칙은 변호인이 피의자 옆자리처럼 실질적인 조력을 할 수 있는 곳에 앉게 하고, 법적인 조언과 상담, 그를 위한 메모를 허용하도록 정합니다(수사준칙 제13조 제1항). 신문이 아닌 단순 면담이라는 이유로 변호인의 참여를 막을 수도 없습니다(같은 조 제2항).
변호인이 낸 의견은 조서에 적히고, 변호인도 그 조서를 읽고 서명합니다(같은 조 제4항). 변호인의 참여나 그 제한에 관한 사항도 조서에 남습니다. 조사실에서 있었던 일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이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 자리에서 실제로 하는 일
- 질문이 사실이 아닌 결론을 깔고 있을 때('왜 속이셨어요?') 질문 방식을 지적합니다
- 같은 질문이 표현만 바뀌어 되풀이되면 이미 답했다는 점을 짚습니다
- 피의자가 지쳐 보이면 휴식을 요청합니다
- 기억이 흐린 대목에서 추측으로 답하지 않도록 상기시킵니다
- 조서를 함께 읽으며 표현이 달라진 곳을 찾습니다
변호인은 귓속말로 답을 불러 주지 않습니다. 대신 미리 정해 둔 방향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알아채고 멈춰 세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석의 효과는 조사 전에 얼마나 함께 준비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조사 도중 변호인과 상의하고 싶으면 그렇게 말하면 됩니다. 잠시 상의할 시간을 달라는 요청은 피의자의 정당한 권리이고, 그 요청 자체를 불리하게 볼 이유는 없습니다.
준비 없는 동석은 반쪽입니다
조사 당일 처음 만난 변호인은 사건의 어느 대목이 위험한지 알기 어렵습니다. 예상 질문을 뽑아 미리 답해 보고, 어디까지 진술하고 어느 질문에는 진술을 거부할지 정해 두어야 조사실에서 개입할 지점이 보입니다. 지산이 조사 전에 조사 연습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연습에서는 수사관이 던질 법한 질문을 실제 말투 그대로 묻고, 대답이 흔들리는 곳을 함께 찾습니다.
조사실의 변호인은 대신 싸워 주는 사람이라기보다 그 자리를 함께 지켜보고 기록에 남기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옆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으로 질문의 결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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