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집행유예 기간을 보내는 사람에게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5.09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그날 집으로 돌아갑니다. 구속돼 있었다면 그날 풀려납니다. 가족과 함께 법원을 나서는 길에 '이제 끝났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집행유예는 형을 선고받은 것이고, 그 형의 집행을 일정 기간 미뤄 둔 상태입니다.

끝났다기보다 시험 기간이 시작된 셈입니다. 유예기간은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셉니다. 선고일과 확정일이 다를 수 있으니 확정일을 확인해 적어 두고, 유예기간이 끝나는 날도 달력에 표시해 두세요.

유예기간 중 사건이 생기면

유예기간 중 고의로 죄를 지어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면 집행유예는 효력을 잃습니다(형법 제63조). 그러면 미뤄 두었던 형과 새 사건의 형을 함께 살게 됩니다. 2년짜리 형에 집행유예를 받았던 사람이라면 그 2년이 새 사건의 형 위에 더해지는 셈입니다. 새 사건이 벌금으로 끝나면 실효되지는 않지만, 그렇게 끝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유예기간 중에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다시 집행유예를 받기 어렵습니다(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 대법원은 새 판결을 선고할 때 앞선 유예기간이 실효나 취소 없이 이미 지났다면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2007. 2. 8. 선고 2006도6196 판결). 뒤집어 말하면, 유예기간이 남아 있는 동안 새 사건 판결이 나오면 집행유예의 길은 사실상 막혀 있다는 뜻입니다.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가 붙었다면

집행유예와 함께 보호관찰, 사회봉사, 수강명령을 받기도 합니다. 준수사항이나 명령을 어기고 그 정도가 무거우면 집행유예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형법 제64조 제2항). 보호관찰관과의 면담 일정을 놓치거나 사회봉사 시간을 기한 안에 채우지 못하는 일이 쌓이면 문제가 됩니다. 사회봉사나 수강명령의 시간은 판결에 적혀 있고, 언제 어디서 하는지는 보호관찰소의 안내를 따릅니다.

이사하거나 오래 해외에 나가야 할 일이 생기면 미리 보호관찰소에 알리고 필요한 절차를 확인하세요. 직장 때문에 사회봉사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면 혼자 미루지 말고 담당자와 일정을 조정해야 합니다. 생활의 변화가 곧 준수사항과 맞닿아 있습니다.

기간이 지나면

집행유예가 실효되거나 취소되지 않고 유예기간이 지나면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습니다(형법 제65조). 다시 그 형을 살 일은 없어집니다. 다만 판결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모든 기록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직업에 따라 자격 제한 문제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유예기간 동안에는 술자리 다툼 하나, 음주운전 한 번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갈 시비도 피해 가는 편이 낫습니다. 그 몇 년만큼은 한 걸음 물러서 지내시길 권합니다. 유예기간이 무사히 끝나는 날, 그 판결은 비로소 과거의 일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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