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수사관의 첫 전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5.10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더니 경찰서 수사팀이라고 합니다. 이름을 확인하고는 어떤 일로 조사를 받으셔야 한다고 말합니다. 상담 자리에서 이 첫 통화 이야기를 들어 보면, 놀란 마음에 그 자리에서 사정을 길게 설명했다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게 아니라요'로 시작해 십 분 넘게 해명했다는 분도 있습니다.

억울한 마음이 앞서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그 통화는 조사가 아니고, 내가 한 설명이 내 뜻대로 정리된다는 법도 없습니다. 수사관이 통화 내용을 수사보고서로 남겨 두는 일도 있습니다.

이 통화에서 받아 적을 것

첫 전화에서 할 일은 설명보다 확인입니다. 펜을 들고 아래 내용을 물어 적어 두세요. 낯선 번호라 의심스럽다면 일단 끊고 해당 경찰서 대표번호로 다시 걸어 담당자를 찾는 편이 안전합니다.

  • 어느 경찰서, 어느 팀의 누구인지
  • 사건번호와 죄명, 누가 고소한 사건인지
  • 나를 피의자로 부르는 것인지, 참고인으로 부르는 것인지
  • 출석 날짜 후보와 가져오라는 서류

피의자로 부르는 것이라면 출석요구서에는 피의사실의 요지가 적혀야 합니다(수사준칙 제19조 제3항). 급하다는 이유로 전화로만 연락을 받았다면 어떤 사실로 조사하는지 문자로 한 번 더 알려 달라고 부탁해도 됩니다.

참고인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마음을 놓기도 이릅니다. 참고인으로 시작한 조사가 진술 내용에 따라 피의자 조사로 바뀌는 일도 있습니다. 어떤 신분으로 부르는지 확인했다면, 그에 맞춰 준비의 무게를 정하면 됩니다.

날짜는 지금 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수사관은 그 자리에서 날짜를 잡자고 할 수 있습니다.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면 일정을 확인해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말하면 됩니다. 수사관은 조사 일시와 장소를 피의자와 협의해야 하고, 연기를 요청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정하게 되어 있습니다(수사준칙 제19조 제1항 제3호, 제2항).

연락을 피하거나 약속한 날 말없이 나가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날짜를 미루더라도 연락은 끊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도 뭔가 말하고 싶을 때

수사관이 '간단히 몇 가지만 여쭤볼게요'라며 사실관계를 물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자세한 이야기는 출석해서 드리겠다고 정중하게 답하면 충분합니다. 무례해 보일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료를 갖춰 조사실에서 차분하게 하는 설명이 수사관에게도 훨씬 쓸모 있는 진술입니다.

전화를 끊고 나면 기억나는 통화 내용을 그대로 메모해 두세요. 대화 당사자로서 통화를 녹음해 두는 것도 문제 되지 않지만, 녹음보다 쓸모 있는 것은 끊자마자 적어 둔 메모입니다. 수사관이 무엇을 물었는지가 수사의 방향을 알려 주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변호인을 선임하면 그다음 일정 협의는 변호인과 하게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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