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집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주거침입이 되는 경우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5.24주거침입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남의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실제 상담에서는 집 안에 발 한 번 들이지 않은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헤어진 연인의 집 앞 복도, 채무자가 사는 빌라 계단, 이웃집 현관 앞이 사건의 무대가 됩니다.
공용 계단과 복도도 주거입니다
대법원은 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안의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과 복도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주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4335 판결). 현관문을 열지 않았더라도 거주자의 의사에 반해 복도까지 들어갔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319조).
다만 건물마다 사정은 다릅니다. 공동현관이 늘 열려 있었는지, 외부인 출입이 일상적이었는지, 경비나 잠금장치가 있었는지는 다툴 수 있는 부분이어서 사진으로 남겨 두면 도움이 됩니다.
들어간 방법이 평온했는지가 기준이 됐습니다
최근 판례의 흐름은 침입을 거주자가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모습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방법으로 음식점에 들어갔다면 다른 목적이 있었더라도 침입이 아니라고 했습니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공동으로 사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있는 거주자의 승낙을 받고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부재 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이유만으로 주거침입이 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날 선고된 다른 판결은 공동생활을 하던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입을 막았을 때 다른 배우자가 들어간 행위를 주거침입으로 보지 않았습니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
반대로 출입을 거절당했는데 들어갔거나 몰래 들어갔다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이미 집을 나와 공동생활을 끝낸 뒤라면 사정이 다르고, 잠금장치를 부순 부분은 따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허락을 받고 들어갔어도 끝까지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관리자가 분명하게 나가 달라고 했는데 머물렀다면 퇴거불응이 되어 주거침입과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 누가, 얼마나 분명하게 요구했는지, 요구를 받은 뒤 얼마나 머물렀는지가 쟁점입니다.
집주인도, 헤어진 연인도 예외가 아닙니다
집을 세놓았다면 그 집을 사실상 점유하는 사람은 세입자입니다. 집주인이라도 세입자 동의 없이 들어가면 주거침입이 될 수 있으니 확인이 필요하면 미리 연락해 입회를 요청하세요.
헤어진 연인의 집 앞에서 기다리는 일이 반복되면 주거침입과 함께 스토킹범죄가 문제 됩니다. 주거침입은 합의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죄이고, 스토킹은 접근금지 같은 조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미 고소가 들어갔다면 더 찾아가지 않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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