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사실을 썼는데 왜 명예훼손인가요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5.24“제가 쓴 건 전부 사실인데요.”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분들이 상담실에서 가장 먼저 하시는 말입니다. 억울함이 묻어나는 말이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실만으로 사건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우리 형법은 진실한 사실을 드러낸 경우도 처벌하기 때문입니다.
진실이어도 처벌하는 조항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합헌으로 보았습니다(헌법재판소 2021. 2. 25. 2017헌마1113 등 결정).
대신 빠져나갈 문이 하나 있습니다. 진실한 사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처벌하지 않습니다(형법 제310조). 다른 소비자에게 알리려고 쓴 후기, 같은 피해를 막으려는 경고 글이 이 부분을 중심으로 다퉈집니다. 날짜, 금액, 주고받은 말처럼 확인되는 사실만 썼는지, 인신공격이 섞였는지가 판단에 크게 작용합니다.
한 사람에게 한 말도 퍼질 수 있다면
명예훼손은 공연성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한두 사람에게 말했더라도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옮길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반대로 가족이나 비밀을 지킬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만 한 말이라면 전파 가능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이름을 쓰지 않았다는 항변도 자주 나옵니다. 초성이나 별명만 썼더라도 회사명, 직책, 동네, 사진을 합쳐 주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으면 피해자가 특정된 것으로 봅니다.
인터넷 글은 비방할 목적이 쟁점입니다
블로그, 카페, SNS, 리뷰 게시판의 글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로 수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거짓이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거짓 사실의 벌금 상한 7천만원은 2026. 1. 6. 개정 규정이 시행된 뒤의 행위부터 적용되고, 그 전 행위에는 종전 기준이 적용됩니다.
이 조항은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처벌합니다. 글의 주된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비방 목적이 부정되는 방향으로 판단될 수 있어서, 왜 그 글을 썼는지가 사건의 중심이 됩니다.
명예훼손은 형법과 정보통신망법 모두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친고죄가 아니므로 6개월 고소기간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툴 여지가 큰 사건이라면 합의를 서두르기보다 의견서로 공익성과 특정성을 먼저 다투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피해자라면 순서가 중요합니다. 게시판 운영자에게 침해 사실을 소명해 삭제나 임시조치를 요청할 수 있고 임시조치 기간은 30일 이내입니다(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다만 글이 사라지기 전에 원문과 주소, 작성 일시를 캡처해 두어야 나중에 고소할 때 증거가 남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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