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진술거부권은 질문마다 따로 쓰는 권리입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8.09드라마 속 묵비권은 대개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장면입니다. 그래서인지 진술거부권을 쓰면 수사관과 맞서는 것처럼 느끼거나, 아예 떠올리지도 못한 채 조사실에 들어갑니다. 실제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은 그보다 훨씬 세밀하게 쓰입니다.
법은 처음부터 '개개의 질문'을 적어 두었습니다
수사관은 신문 전에 모든 진술을 하지 않거나 개개의 질문에 진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진술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 진술한 내용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 전부 아니면 전무가 아니라, 질문마다 고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수사관은 이를 알려 준 뒤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할지 묻고, 그 답을 조서에 적어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조서 첫 장의 이 문답은 형식처럼 보이지만, 권리가 제대로 알려졌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입니다.
그러니 인적사항과 사건 경위는 설명하면서 특정 대목만 답하지 않는 것도 가능합니다. 반대로 대부분 진술을 거부하고 꼭 필요한 사실만 말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어떤 질문 앞에서 멈추나
상담에서 진술거부를 검토하는 경우는 대개 이렇습니다. 수사기관이 어떤 자료를 가졌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세부 날짜나 금액을 확정해 달라는 질문, 함께 연루된 다른 사람의 역할을 묻는 질문, 기억이 흐린데 추측으로라도 답해 달라는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에 섣불리 한 대답은 나중에 객관 자료와 어긋날 때 말을 바꾼 것으로 비칩니다.
거부할 때는 '그 부분은 지금 답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짧게 말하면 됩니다. 이유를 길게 설명하거나 수사관과 언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답을 미룬 대목은 기록을 확인하고 자료를 갖춘 뒤 의견서로 설명하는 길이 남아 있습니다.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사건이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경위를 솔직하게 설명하는 태도 자체가 처분과 양형에서 살펴지는 사정이어서, 진술거부가 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침묵도 기록에 남습니다
진술을 거부하면 조서에는 진술하지 않겠다는 답이 그대로 적힙니다.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법의 약속이지만, 다른 증거가 충분한 사건에서 침묵만으로 결론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진술거부는 사건을 덮는 수단으로 쓰기보다, 준비되지 않은 답을 조서에 남기지 않는 수단으로 쓰는 편이 맞습니다.
한 번 진술을 거부했다고 그 뒤로 영영 말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기록을 확인한 뒤 다음 조사에서 진술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때 내놓는 설명은 처음부터 있던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어느 질문에서 멈출지는 조사 전에 정해 두어야 합니다. 조사실에서 즉흥으로 고르다 보면 말과 침묵이 뒤섞여 오히려 어색한 조서가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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