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때리지 않았는데 강제추행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7.05

상담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때린 것도 아니고 협박한 것도 아닌데 왜 강제추행인가요." 형법 제298조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적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실 만합니다. 그런데 이 조문을 읽는 법원의 기준이 2023년에 크게 바뀌었습니다.

항거 곤란에서 불법한 유형력으로

예전 판례는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기준을 변경했습니다. 이제는 상대방의 신체에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알리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여기에 예전부터 인정되던 기습추행 법리가 더해집니다. 갑자기 신체를 만지는 경우에는 추행 행위 자체를 폭행으로 봅니다. 그러니 힘을 쓰지 않았다는 설명은 지금 기준에서 방어 논리가 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다투게 되는가

문턱이 낮아졌다고 모든 신체 접촉이 강제추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툼의 자리가 옮겨 갔을 뿐입니다. 실제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대개 아래 세 가지입니다.

  • 그 접촉이 일반인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추행인지
  •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접촉이었는지
  • 추행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우연히 닿은 것은 아닌지

추행인지는 접촉 부위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 접촉에 이른 경위, 시간과 횟수, 주변 상황을 함께 봅니다. 어깨에 한 번 손을 얹은 일과 술자리에서 같은 어깨를 여러 번 쓰다듬은 일은 다르게 평가됩니다.

의사에 반했는지도 그 순간만 떼어 보지 않습니다. 사건 뒤에도 평소처럼 연락했다는 사정은 간접 자료가 되지만, 직장이나 관계 때문에 곧바로 문제를 삼지 못하는 경우를 법원은 넓게 인정합니다. 다정한 메시지 몇 개로 혐의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대화는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시간 순서로 놓고 보아야 의미가 생깁니다.

기준이 바뀐 뒤 준비도 달라졌습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강제'를 따로 증명하는 부담이 줄었습니다. 그만큼 방어하는 쪽은 처음부터 접촉의 경위와 맥락을 자료로 세워야 합니다. 자리 배치와 동선, 전후에 오간 메시지, 상대방의 반응, 사건 뒤의 연락이 그 자료입니다.

처분의 무게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강제추행은 벌금형이 확정되어도 신상정보 등록대상이고, 수강명령이나 이수명령이 원칙적으로 함께 부과됩니다. 기소유예로 끝나면 이런 처분이 따라오지 않으니, 성립 문턱이 낮아진 지금은 송치 전 단계의 의견서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 판결은 강제추행에 관한 것입니다. 강간죄의 폭행·협박 기준까지 같은 방식으로 바뀌었는지는 따로 따져야 할 문제이니, 죄명마다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조문 한 줄만 보고 안심하거나 겁먹기보다 바뀐 기준 위에서 내 사건의 쟁점을 먼저 정리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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