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영장실질심사, 판사가 서류에서 찾는 것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6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연락을 받으면 가족들은 무죄를 밝힐 자료부터 찾습니다. 억울한 사정을 정리한 긴 글을 써 오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영장실질심사는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최종적으로 가리는 자리가 아닙니다. 판사가 이 자리에서 답하려는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판사가 묻는 질문
판사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와 함께, 일정한 주거가 없는지, 증거를 없앨 염려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지를 봅니다(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제201조).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나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도 고려합니다(제70조 제2항).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 사람을 풀어 주면 다음 조사와 재판에 제 발로 나올까'를 묻는 자리입니다. 혐의에 대한 다툼을 이 자리에서 길게 하기는 어렵고, 기록과 다른 이야기를 새로 꺼내면 오히려 증거를 다투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2026. 10. 2.부터는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면 검사가 청구할지 심사하려고 피의자를 면담할 수 있고, 이때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01조 제7항, 제8항). 판사 앞에 서기 전에 구속까지 필요하지 않은 사정을 먼저 밝힐 수 있는 자리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서류가 대신 말해 주는 것
체포된 피의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영장이 청구된 다음 날까지 심문을 받습니다(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1항). 준비할 시간이 하루 남짓이라 가족이 얼마나 빨리 서류를 모으느냐가 중요합니다. 대부분 정부24나 회사에서 바로 뗄 수 있는 서류들입니다.
- 주거: 주민등록등본, 임대차계약서나 등기사항증명서
- 직업: 재직증명서, 사업자등록증, 최근 급여 내역
- 가족: 가족관계증명서, 돌봐야 할 가족이 있다면 그 사정을 보여 주는 자료
- 피해 회복: 합의서나 변제 내역, 합의를 시도한 기록
재직증명서를 떼려면 회사에 사정을 알려야 해서 망설이게 됩니다. 회사에 알릴지는 가족과 변호인이 함께 정할 문제입니다. 다만 돌아갈 직장이 있다는 사실은 도망할 염려를 판단하는 데 가장 직접적인 자료라는 점은 알고 정하시는 게 좋습니다.
탄원서는 숫자보다 누가 썼는지
지인 수십 명의 서명을 받아 오는 경우도 있지만, 판사가 읽는 것은 서명의 숫자보다 내용입니다. 급하게 모은 연명부는 오히려 형식적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이 사람과 어떤 관계로 얼마나 알고 지냈는지, 풀려나면 누가 어떻게 곁에서 살필지를 구체적으로 적은 가족의 글 한 장이 더 읽힙니다. 탄원서에는 쓴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 서명을 빠뜨리지 말고 신분증 사본을 붙입니다.
지산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의견을 말하고, 가족이 모은 서류를 의견서와 함께 냅니다. 서류가 다 갖춰지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있는 것부터 빨리 넘겨 주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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