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합의, 언제 꺼내야 할까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6

'합의는 언제 하는 게 좋아요?' 이 질문의 답은 '빠를수록 좋다'와 '서두르면 안 된다'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둘 다 맞는 말이라 더 헷갈립니다. 같은 금액을 쓰더라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꺼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형사 합의입니다.

단계마다 합의가 하는 일이 다릅니다

폭행이나 협박처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죄는, 처벌불원 의사가 들어오면 사건이 그 자리에서 끝날 수 있습니다. 이 의사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밝혀져야 하고, 한 번 밝히면 거둘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2조 제3항). 사기나 횡령, 상해처럼 합의해도 처벌될 수 있는 죄는 단계에 따라 반영되는 자리가 다릅니다.

  • 경찰 단계: 송치 여부와 그 뒤 검사의 판단에 함께 반영됩니다
  • 기소 전: 기소유예나 약식명령으로 끝낼지를 정할 때 큰 사정이 됩니다
  • 재판 중: 형을 정할 때 반영되고, 선고 전까지 계속 의미가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늦을수록 쓸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기소되고 나면 기소유예라는 선택지는 이미 지나간 뒤입니다.

그래도 첫날 연락은 피하세요

그렇다고 사건이 터진 다음 날 피해자에게 전화를 거는 것은 대개 역효과입니다. 화가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받는 연락은 사과보다 압박으로 들립니다. 수사기관도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접촉한 사실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첫 연락이 금액 이야기로 시작되면 돈으로 무마하려 한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쉽습니다.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더 신중해야 합니다. 섣불리 합의를 꺼내면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처럼 비칠 수 있습니다. 다툴 부분과 인정할 부분을 먼저 정하고, 합의는 그 방향 안에서 시작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일부는 다투고 일부는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인정하는 부분에 대한 피해 회복부터 이야기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합의서를 받을 때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들어 있는지, 사건번호와 날짜가 맞는지 확인합니다. 합의서는 사건이 지금 있는 곳, 그러니까 경찰이나 공소청(검찰청), 법원에 바로 내야 반영됩니다. 받아 두고 서랍에 넣어 두면 소용이 없습니다.

연락처를 모를 때

피해자 연락처를 모른다고 수소문해서 찾아가면 안 됩니다. 담당 수사관에게 합의할 뜻이 있다고 전해 달라고 하면, 피해자가 동의할 때 연락이 이어집니다.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다면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 측의 뜻을 먼저 묻는 방식이 서로 부담이 적습니다.

피해자가 끝내 합의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그 뜻을 존중하면서 합의를 시도한 기록과 피해를 회복하려 한 노력을 남겨 두는 것이 다음 순서입니다. 기소된 뒤라면 형사공탁을 검토할 수 있지만, 피해자 뜻과 관계없이 맡기는 돈이라 합의와 같은 무게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알고 정해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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