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폭행은 합의하면 끝, 상해는 왜 다를까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3.03

술자리 시비 끝에 서로 밀치고 한두 대 오간 사건. 이런 상담에서 가장 먼저 여쭙는 것은 상대가 진단서를 냈는지입니다. 그 종이 한 장이 사건을 어느 길로 보낼지 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폭행과 상해, 합의의 효과가 다릅니다

단순 폭행은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형법 제260조). 협박도 같은 구조입니다. 합의가 되면 처벌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상해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이 무겁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습니다(형법 제257조). 합의는 처분과 형량에 크게 반영되지만 사건을 끝내지는 못합니다.

진단서가 있다고 바로 상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폭행은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여서 밀치거나 물건을 던지는 행동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상해는 그보다 나아가 건강 상태가 나빠진 결과가 있어야 합니다. 저절로 나을 정도의 가벼운 상처라면 진단서가 있어도 상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진단서가 사건 며칠 뒤에 발급됐는지, 진단 내용이 당시 상황과 맞는지, 실제로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죄명이 폭행으로 정리되면 사건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먼저 맞았다면 정당방위일까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나 남을 지키려는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벌하지 않습니다(형법 제21조). 다만 서로 공격할 생각으로 싸운 경우라면 먼저 맞았다는 사정만으로 정당방위가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방어하려던 행동이었는지, 막는 정도를 넘었는지, 피할 다른 방법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CCTV에 찍힌 순서를 장면별로 나눠, 누가 먼저 손을 댔고 몇 번 오갔는지를 정리합니다. 정도를 넘었더라도 밤이나 불안한 상황에서 공포나 당황 때문이었다면 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도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

처벌불원서에는 시한과 문구가 있습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할 수 있고, 한 번 밝히면 다시 처벌을 원한다고 뒤집을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2조). 시간이 지나면 피해자의 마음도 바뀔 수 있으니 합의를 미룰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합의금만 주고받고 처벌불원 문구가 빠지면 단순 폭행 사건도 그대로 진행됩니다. 합의서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들어갔는지, 그 서류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실제로 제출됐는지까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상대가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한다면 합의가 의무는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상해 정도와 치료비를 기준으로 적정한 범위를 제안하고, 끝내 합의가 되지 않으면 형사공탁으로 피해 회복의 뜻을 보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서로 주먹이 오간 사건이라면 내 쪽 피해와 방어 사정도 함께 정리해 두어야 쌍방폭행으로 기울 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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