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돈을 못 갚으면 사기일까, 기준은 빌려 간 날에 있습니다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3.31

“돈 빌려 간 사람이 연락을 끊었는데, 사기로 고소하면 받을 수 있을까요?” 상담 전화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반대편에서는 사업이 어려워 늦어졌을 뿐인데 사기꾼 취급을 받는다는 하소연이 들어옵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양쪽이 서로 다른 시점을 보고 있어서 생기는 일입니다.

사기죄의 시계는 돈을 받은 날에 멈춰 있습니다

사기죄는 속이는 행위가 있고, 상대가 그 말에 속아 돈을 내주고, 그로써 이득을 얻어야 성립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못 갚았다는 결과보다 돈을 받던 그날 갚을 생각과 능력이 있었는지를 봅니다. 받은 뒤에 사정이 나빠져 갚지 못한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민사 문제입니다.

수사기관은 그 시점의 소득과 재산, 다른 빚이 얼마였는지, 돈을 어디에 쓰겠다고 했는지, 실제로 어디에 썼는지를 맞춰 봅니다. 병원비라고 해 놓고 다른 데 썼거나, 이미 갚기 어려울 만큼 빚이 쌓여 있었는데 숨겼다면 사기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반대로 돈을 받을 때 사업 내용과 위험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고, 받은 돈을 실제로 그 사업에 넣었다면 결과가 나빠도 속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투자금 사건에서 사업계획서와 자금 사용 내역을 나란히 놓고 대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부라도 갚아 온 기록이 말해 주는 것

일부를 갚았다고 해서 사기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판단 기준이 돈을 받은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꾸준히 이자를 보내고 사정을 설명해 온 기록은 처음부터 속일 생각이 없었다는 정황이 되고, 피해 회복으로도 반영됩니다.

고소를 당한 쪽이라면 기억에 기대기보다 통장 거래내역, 당시 주고받은 메시지, 사업 관련 계약서를 날짜순으로 모으는 일이 먼저입니다. 말로 하는 해명보다 날짜가 찍힌 자료가 훨씬 힘이 셉니다.

법정형이 높아졌다는 소식, 언제 일이냐에 따라 다릅니다

2025. 12. 23. 형법 개정으로 사기죄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형법은 행위 당시의 법률로 처벌하는 것이 원칙이어서(형법 제1조), 그 전에 돈을 받은 사건에는 종전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여기서도 돈이 오간 날짜가 기준이 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되어 벌금형으로 끝날 길이 없어집니다. 여러 번 나눠 받은 돈을 하나로 묶어 볼지, 따로 볼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으니 거래별로 나눠 계산해 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고소장은 돈을 대신 받아 주지 않습니다

피해자 쪽에서 꼭 알아 두실 점이 있습니다. 형사 절차는 처벌을 위한 절차여서 고소만으로 돈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상대에게 재산이 남아 있다면 가압류와 손해배상청구를 함께 검토해야 회수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수사 중에 상대가 합의를 위해 갚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의 선택에 달린 일입니다.

사기인지 민사인지 애매한 사건에서 서둘러 고소부터 하면 혐의없음으로 끝나고 시간만 흘러가는 일도 있습니다. 어느 길이 맞는지는 돈이 오간 날의 자료를 먼저 펼쳐 놓고 정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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