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스토킹 사건에서 합의서가 예전만큼 힘을 못 쓰는 이유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4.20

스토킹 사건 상담에서 여전히 “합의하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몇 해 전까지는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에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이 2023. 7. 11. 개정으로 삭제되면서, 지금은 처벌불원서가 있어도 기소될 수 있습니다.

한두 번의 연락과 반복된 연락은 다릅니다

상대의 의사에 반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집이나 직장 근처에서 기다리는 행위, 전화나 메신저로 글과 말을 보내는 행위가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면 스토킹행위입니다. 이것이 지속되거나 반복되면 스토킹범죄가 되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스토킹처벌법 제18조). 흉기 같은 위험한 물건을 지니거나 이용했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라갑니다.

대법원은 행위가 객관적으로 보아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면, 상대가 실제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와 관계없이 스토킹행위가 된다고 봅니다(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3도6411 판결). 층간소음에 항의한다며 벽과 천장을 여러 차례 두드린 사건도 스토킹범죄로 인정됐습니다(대법원 2023. 12. 14. 선고 2023도10313 판결).

돈을 돌려받으려 했다거나 오해를 풀고 싶었다는 목적이 있었다고 해서 정당한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방법이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범위를 넘으면 결론은 같습니다.

잠정조치를 어기면 사건이 하나 더 생깁니다

신고가 들어가면 경찰의 긴급응급조치나 법원의 잠정조치로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화와 메신저를 통한 연락금지가 내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정조치는 유죄 판단이 아니지만, 접근금지나 연락금지를 어기면 그 자체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새 범죄가 됩니다(같은 법 제20조).

문제는 사람들이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행동들입니다.

  • 사과하려고 보낸 문자 한 통
  • 짐을 돌려주겠다는 연락이나 지인을 통한 말 전달
  • 새로 만든 계정으로 보낸 메시지, SNS 댓글
  • 상대가 먼저 연락해 와서 보낸 답장

상대가 먼저 연락했더라도 답하지 말고 받은 내용을 저장해 두는 것이 원칙입니다. 결정에 불복하려면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안에 항고할 수 있고, 사정이 바뀌면 취소나 변경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잠정조치 결정은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하면 효력을 잃습니다.

그래도 합의는 의미가 있습니다

처벌불원서가 사건을 끝내지는 못하지만, 피해자와의 합의는 기소유예 여부와 형량을 정할 때 여전히 중요한 사정입니다. 접근과 연락이 금지된 상태라면 직접 합의를 시도하지 말고 변호인을 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직접 연락하는 순간 합의 시도가 잠정조치 위반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죄가 인정되면 수강명령이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이 함께 선고될 수 있습니다. 상담이나 치료를 미리 받기 시작했다면 그 기록이 재발 방지 노력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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