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기소유예는 '없던 일'이 아닙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4.21'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제 전과 없는 거죠?' 처분 통지를 받은 날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재판을 받지 않았으니 형을 선고받은 전과는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없었던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혐의는 인정된 처분입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없다는 판단이 아닙니다. 범죄는 인정되지만 나이와 환경, 범행 뒤의 정황 같은 사정을 보아 이번에는 재판에 넘기지 않겠다는 처분입니다. 같은 불기소라도 혐의없음이나 죄가안됨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처음 저지른 잘못이고 피해가 크지 않은 사건에서 자주 나오는 처분입니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에서는 변호인 의견서가 목표로 삼는 결과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혐의를 끝까지 다투던 사람에게 기소유예는 마냥 반가운 결과가 아닐 수 있습니다. 억울하게 받은 기소유예를 다투는 길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좁고 기한도 정해져 있어, 다툴 생각이라면 처분 통지를 받은 직후 바로 상의해야 합니다. 받아들일지 다툴지는 처분 이유와 그동안의 기록을 함께 놓고 정합니다.
기록은 일정 기간 남습니다
수사를 받은 기록은 수사경력자료로 관리됩니다. 성인이 받은 기소유예는 처분일부터, 죄의 법정형에 따라 5년 또는 10년 동안 보존됩니다(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2항). 처분 당시 소년이었다면 3년입니다(같은 조 제3항).
이 자료는 흔히 전과라고 부르는 범죄경력자료와는 따로 관리됩니다. 그래도 같은 일로 다시 수사를 받게 되면 수사기관은 이전 기소유예를 확인합니다. 한 번 선처를 받은 사람이 같은 잘못을 되풀이했다는 사실은 두 번째 처분에서 무겁게 읽힙니다. 처음 받은 기소유예가 두 번째 사건에서는 불리한 사정이 되는 셈입니다.
해외 비자 신청이나 일부 채용 과정에서 범죄 기록이나 수사 경력을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엇을 어디까지 밝혀야 하는지는 그 나라나 기관의 기준에 따라 다르니, 서류를 내기 전에 따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처분 뒤에 남은 숙제
기소유예에 교육 이수나 상담 프로그램 참여 같은 조건이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조건을 받았다면 안내받은 기한 안에 마치세요. 합의하면서 나눠 주기로 한 돈이 남아 있다면 그 약속도 끝까지 지켜야 합니다. 약속을 어겨 피해자가 다시 문제를 삼으면 일이 복잡해집니다.
공무원이나 일부 자격직처럼 직업에 따라 기소유예도 징계나 자격 문제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해당된다면 처분서를 받은 뒤 소속 기관에 알려야 하는지, 어떤 절차가 이어지는지 따로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기소유예는 다시 기회를 받았다는 뜻입니다. 처분서는 서랍 깊숙이 넣어 두더라도, 그 기회를 어떻게 썼는지는 처분 뒤의 몇 년이 보여 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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