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가족 돈에 손댄 사건, 2025년 말부터 셈법이 달라졌습니다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4.25

“가족끼리는 처벌이 안 된다던데요.” 오랫동안 이 말은 대체로 맞았습니다. 형법 제328조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5. 12. 31. 이 조항이 개정되면서, 이제는 그렇게 답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면제에서 고소가 필요한 죄로

개정 형법은 친족 사이의 사기, 공갈, 횡령, 배임, 절도 같은 재산범죄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죄로 바꾸었습니다(형법 제328조, 제344조, 제354조, 제361조). 가족이 고소하지 않으면 여전히 처벌할 수 없지만, 고소하면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처벌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기나 배우자의 직계존속도 고소할 수 있습니다.

친족이 아닌 사람이 함께 가담했다면 그 사람에게는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형부의 지인, 자녀의 친구처럼 가족 밖의 공범이 있다면 그쪽은 고소 없이도 수사가 진행됩니다.

고소에는 6개월이라는 기한이 붙습니다

고소가 있어야 하는 죄는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0조). 가족 사이 돈 문제는 오래 참다가 뒤늦게 결심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기한이 특히 중요합니다. 언제 처음 알게 됐는지를 통장 내역이나 메시지로 날짜를 특정해 두세요.

개정 규정은 부칙에 따라 2024. 6. 27. 이후에 저지른 범죄부터 적용됩니다. 그 이후부터 개정법 시행 전까지 있었던 범행에는 시행일부터 6개월 동안 고소할 수 있게 한 특례가 있었으므로, 오래된 일이라면 고소기간이 남아 있는지부터 사건마다 날짜를 맞춰 확인해야 합니다.

가족이 원하지 않아도 사건이 이어지는 경우

가족의 카드나 통장을 쓴 사건에서는 누가 피해자인지가 다시 문제 됩니다. 대법원은 친족 명의 통장으로 그 예금을 다른 은행의 자기 계좌로 이체한 사건에서 피해자를 친족이 아니라 금융기관으로 보고 친족 특례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2704 판결).

돈이 움직인 방식에 따라 죄명도 갈립니다. 훔친 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아 가면 신용카드 부정사용과 절도가 되고(대법원 1995. 7. 28. 선고 95도997 판결), 같은 카드로 자기 계좌에 이체했다면 컴퓨터등사용사기가 문제 됩니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도2440 판결). 부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만으로 사건이 정리되지 않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가족의 이름으로 서류를 만든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따로 봐야 합니다. 문서위조에는 친족 사이 특례가 없어서, 재산범죄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고소를 고민하는 가족이라면

고소가 있어야 하는 죄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고소를 취소할 수 있고, 취소하면 같은 사건으로 다시 고소하지 못합니다(형사소송법 제232조). 가족 사이 사건은 수사 도중에 마음이 바뀌는 일이 잦으니, 고소장을 내기 전에 끝까지 갈 생각인지 한 번 정리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돈을 돌려받는 문제는 형사 절차와 별개로 민사 청구로 다뤄야 한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두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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