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가족이 방을 치워 주면 생기는 일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1.05아들이 체포된 다음 날, 어머니는 아들 방에 들어갑니다. 서랍 안에 낯선 봉투와 도구가 보입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버려야 하나, 경찰이 다시 오기 전에 치워야 하나. 상담 전화에서 실제로 자주 듣는 장면입니다.
친족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긴 합니다
형법은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애거나 숨기면 증거인멸죄로 처벌하지만, 친족이나 동거하는 가족이 본인을 위해 그렇게 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제155조 제4항). 범인을 숨겨 주는 범인은닉에도 같은 특례가 있습니다(제151조 제2항). 그래서 가족이 치우는 건 괜찮다는 말이 돌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특례는 가족이 증거인멸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뜻일 뿐입니다. 방을 치운 일이 본인 사건에 미치는 영향까지 없애 주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특례가 적용되는 사람은 친족과 동거 가족뿐이라, 연인이나 친구, 룸메이트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특례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첫째는 구속 판단입니다. 법원은 구속 여부를 정할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지를 봅니다(형사소송법 제70조). 가족이 방을 정리한 사실이 드러나면 이 집안에서는 증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인상을 주고, 그것이 본인의 구속 사유로 읽힐 수 있습니다.
둘째는 남은 약 자체입니다. 마약류를 집 밖으로 들고 나가거나 다른 곳에 보관하는 순간, 그 행동은 증거인멸을 넘어 마약류를 가지고 있거나 옮기는 모양이 됩니다. 증거인멸 특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까지 덮어 주는 규정이 아닙니다. 가족을 돕겠다던 일이 가족 스스로의 사건이 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셋째는 진술의 신빙성입니다. 본인은 조사에서 집에 남은 것이 없다고 했는데 나중에 가족이 치운 사실이 드러나면, 본인의 다른 진술까지 의심받습니다. 조사에서 집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 묻는 질문은 자주 나오는 편이라, 이 어긋남은 생각보다 쉽게 드러납니다.
아직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가족의 물건에서 약을 발견한 경우라면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그때도 혼자 처리하기보다 본인과 이야기하고 치료와 함께 어떻게 할지 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수사가 시작된 뒤라면 더더욱 그대로 두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신 이렇게 하세요
- 발견한 물건은 손대지 말고 그 자리에 그대로 두기
-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메모만 해 두기
- 같이 사는 다른 가족에게도 손대지 말라고 알리기
- 변호인에게 바로 알리고 처리 방법을 함께 정하기
이미 치워 버렸다면 그 사실을 숨기지 말고 변호인에게 먼저 이야기하세요. 언제, 무엇을, 왜 그랬는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고, 나중에 다른 경로로 드러나는 것보다 먼저 정리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가족의 급한 마음이 사건을 어렵게 만들지 않도록, 손을 대기 전에 한 번만 전화로 물어봐 주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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