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돈만 보내고 물건은 못 받았다면, 마약 거래는 끝난 걸까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1.01온라인으로 대마나 필로폰을 사려고 돈을 보냈는데 판매자가 연락을 끊었거나, 알려 준 장소에 가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는 이야기를 상담에서 적지 않게 듣습니다. 사기를 당한 셈이니 마약을 산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묻는 분도 있습니다. 법은 이 문제를 거래가 어느 단계까지 나아갔는지로 판단합니다.
매수는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나는가
대법원은 대마나 향정신성의약품 매매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보려면 매도·매수에 근접·밀착하는 행위가 있어야 하고, 매매가 완성되는 것은 마약류의 소지가 넘어간 때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2893 판결). 돈을 보내고 물건을 받을 장소까지 정해졌다면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여지가 있고, 물건을 받지 못했다면 기수가 아니라 미수의 문제가 됩니다.
마약류관리법은 매매의 미수범도 처벌합니다(제58조 제3항, 제59조 제3항, 제60조 제3항, 제61조 제3항). 그래서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사정이 곧 무혐의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미수인지 기수인지는 법정형의 감경 가능성과 양형에서 차이를 만듭니다.
판매자에게 속아 돈만 잃은 경우라도 본인이 마약을 사려 했다는 사실은 남습니다. 판매자를 사기로 고소하는 문제는 본인의 매수 미수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까지 따져 본 뒤에 정해야 합니다.
파는 쪽도 같은 질문을 받습니다
반대 방향의 판례도 있습니다. 필로폰을 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돈을 받았더라도, 그때 필로폰을 갖고 있거나 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면 매매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4도16920 판결). 돈이 오갔다는 사실만으로 매매 미수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다른 혐의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물건을 줄 생각이 없이 돈만 받았다면 사기가 되고, 거래를 연결하는 데 관여했다면 알선이 검토됩니다. 단계에 따라 평가가 갈리므로, 결론을 먼저 정하기보다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펼쳐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계를 보여 주는 자료
- 판매자와 처음 연락한 날과 주고받은 메시지 전체
- 송금 일시와 금액, 가상자산 지갑 주소
- 전달받은 위치 사진이나 좌표, 실제로 그곳에 갔는지
- 물건을 찾지 못한 뒤 판매자와 나눈 대화
이 자료를 순서대로 놓아 보면 언제 무엇을 알았는지, 거래가 어디서 멈췄는지가 드러납니다. 같은 송금 기록이라도 그 앞뒤 맥락에 따라 기수, 미수, 다른 혐의로 평가가 갈리므로 일부만 떼어 설명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판매자가 이미 잡힌 사건에서는 판매자 쪽 기록에 거래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판매자의 장부나 대화에 적힌 내용이 실제와 다를 수 있으므로, 본인 기록과 하나씩 대조해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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