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고소 소식을 듣고 대화방을 지우고 싶어질 때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4.13고소당했다는 연락을 받은 날 밤, 휴대전화를 들고 대화방을 하나씩 열어 보게 됩니다. 오해를 살 만한 말, 화가 나서 보낸 메시지가 눈에 걸립니다. 지우면 없던 일이 될 것 같은 마음도 이해합니다. 상담에서 '이거 지워도 되느냐'는 질문은 생각보다 자주 나옵니다.
내 사건 증거를 지우는 일
형법의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앨 때 성립합니다(형법 제155조 제1항). 그래서 자기 사건의 증거를 지운 것만으로는 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함께 연루된 사람이 있는 사건이라면 그 사람의 사건 증거이기도 해서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구속입니다. 법원은 증거를 없앨 염려가 있는지를 보고 구속 여부를 정합니다(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제2호). 수사가 시작된 뒤 대화를 지우거나 휴대전화를 바꾼 사실이 드러나면, 그 자체가 증거인멸의 염려를 보여 주는 사정이 됩니다. SNS 게시글이나 블로그 글을 급히 내리는 것도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운 것은 대개 다시 나옵니다
상대방 휴대전화에는 같은 대화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압수나 임의제출로 내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면 삭제한 흔적과 함께 지운 내용 일부가 복구되기도 합니다. 클라우드 백업, 단체방에 있던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처럼 내가 손댈 수 없는 곳에 남은 흔적도 많습니다. 결국 대화는 남고, 지웠다는 사실 하나가 더 생깁니다.
지운 대화 가운데 나에게 유리한 맥락이 있었다면 손해는 더 큽니다. 앞뒤를 잘라 낸 상대방 캡처만 증거로 남고, 그 말을 하게 된 사정을 보여 줄 대화는 내 손으로 없앤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일부를 지웠다면 숨기지 말고 변호인에게 먼저 말하세요. 언제, 왜 지웠는지에 따라 설명할 방법이 달라집니다. 나중에 포렌식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먼저 사정을 정리해 두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지우는 대신 이렇게
- 대화방 전체를 내보내기 기능으로 저장하고, 날짜가 보이게 캡처해 둡니다
- 휴대전화를 바꾸거나 초기화하지 않고, 쓰던 기기는 그대로 둡니다
- 사건과 관계된 사람에게 그 얘기는 지워 달라고 부탁하지 않습니다
- 불리해 보이는 대화일수록 변호인에게 먼저 보여 줍니다
가족이 대신 정리해 주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트북을 치우거나 휴대전화를 다른 곳에 맡겨 두는 일도 같은 눈으로 보입니다. 친족이 본인을 위해 증거를 없애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지만(형법 제155조 제4항), 구속 판단에서 불리하게 읽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내 눈에 불리해 보이는 문장도 앞뒤 흐름 속에서는 다르게 읽히곤 합니다. 불리한 대화는 지울 대상이 아니라 설명해야 할 대상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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