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연락처를 건네고 떠났는데 뺑소니가 되나요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7.30퇴근길 골목에서 자전거와 살짝 부딪혔습니다. 상대가 괜찮다고 해서 명함을 건네고 출발했는데, 이틀 뒤 경찰에서 도주치상으로 연락이 옵니다. 상담에서 자주 듣는 장면입니다. 연락처를 줬으니 도망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자연스럽지만, 법이 보는 기준은 조금 다릅니다.
도주는 떠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로 판단합니다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운전자가 구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제5조의3). 대법원은 피해자가 다친 사실을 알면서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건넸더라도 도주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4도250 판결).
같은 판결은 구호를 꼭 운전자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구호하는 것을 확인하고 떠났는지, 피해자가 정말 다치지 않았고 괜찮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는지는 도주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사정입니다. 나중에 진단서가 나오면 그 순간의 대화가 다시 따져지므로 기억이 생생할 때 적어 두세요.
사고를 몰랐다는 주장은 자료로 보여 줘야 합니다
사고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면 도주의 고의가 없습니다. 다만 수사기관은 충격의 크기와 소리, 차량 파손 정도, 블랙박스 영상, 사고 뒤 세차나 수리 같은 행동을 보고 인식 여부를 판단합니다. 내 차의 손상 부위 사진과 블랙박스 원본을 바로 확보해 두시고, 기억과 영상이 다르다면 영상에 맞춰 설명을 정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물건만 부서졌어도 조치 의무는 있습니다
사람이 다치지 않은 사고라도 운전자는 즉시 정차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알려야 합니다(도로교통법 제54조). 이를 하지 않으면 사고후미조치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주차된 차만 긁은 것이 분명한 사고에서 연락처를 남기지 않은 경우는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훨씬 가볍게 정해져 있습니다. 이런 조치 의무는 아파트 단지 안이나 주차장처럼 도로가 아닌 곳에서 난 사고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보험과 면허는 따로 봐야 합니다
도주한 사고는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보험으로 배상을 하는 것과 별개로 형사 절차가 진행되고, 피해자와의 형사합의가 처분에 크게 반영됩니다. 사람을 다치게 하고 필요한 조치와 신고를 하지 않아 면허가 취소되면 4년, 음주운전 등과 겹치면 5년 동안 면허를 다시 받을 수 없습니다(도로교통법 제82조 제2항).
경찰 연락을 받기 전에 스스로 신고했다면 자수로 다뤄질 여지가 있고, 연락을 받은 뒤라도 빨리 출석해 피해 회복에 나서는 것은 처분과 형량에서 유리한 사정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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