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통화 녹음은 되고 남의 대화 녹음은 안 되는 이유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2.26

외도를 의심한 배우자가 차 안에 녹음기를 숨겨 둡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어떤 말을 듣는지 궁금한 부모가 가방에 녹음 기능을 켠 기기를 넣어 보냅니다.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이 두 장면은 모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수사받을 수 있는 행동입니다.

반면 상대 몰래 내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차이는 한 가지입니다.

내가 그 대화 안에 있었는가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을 금지합니다(제3조, 제14조). 핵심은 타인 간이라는 말입니다. 대법원은 세 사람이 대화하는 자리에서 그중 한 명이 녹음한 것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그래서 내가 통화 당사자라면 상대가 모르게 녹음해도 이 법 위반이 아니고, 내가 참여한 회의를 녹음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로 내가 자리를 뜬 뒤에도 녹음기가 계속 돌았다면, 그때부터 녹음된 부분은 타인 간의 대화가 됩니다. 녹음기를 켜 두고 잠깐 나갔다 오는 일이 생각보다 위험한 이유입니다.

벌금형이 없는 범죄입니다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거나 그렇게 알게 된 내용을 공개·누설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합니다(같은 법 제16조). 벌금형이 아예 없어서, 기소되면 징역형의 범위 안에서 집행유예 등을 다투게 됩니다.

녹음만 하고 듣지 않았다거나 곧바로 지웠다는 사정은 참작될 수 있지만 범죄를 없애지는 못합니다. 녹음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거나 단톡방에 올리면 공개·누설로 따로 문제가 됩니다.

증거로 쓰려다 피의자가 됩니다

불법으로 녹음한 타인 간 대화는 재판이나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같은 법 제4조, 제14조 제2항). 이혼 소송이나 학대 사건에서 결정적인 증거라고 생각해 낸 파일이 증거로 쓰이지 못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출한 사람이 형사 사건의 피의자가 되는 일이 생깁니다.

배우자의 휴대전화에 몰래 앱을 깔아 통화나 메신저 내용을 실시간으로 받아 보는 일도 상담에서 종종 나옵니다. 법은 대화 녹음과 함께 전기통신의 감청도 금지하고 같은 형으로 처벌하므로, 이런 방식은 녹음기보다 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증거가 필요하다면 적법한 방법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 내가 직접 대화에 참여한 상태에서 녹음하기
  • 소송 중이라면 법원을 통한 사실조회나 문서제출명령 활용
  • 이미 녹음한 파일이 있다면 지우거나 퍼뜨리기 전에 상담 받기

거실에 설치한 홈캠에 소리까지 저장되는 경우도 비슷한 고민을 낳습니다. 누구의 대화가 어떤 경위로 녹음됐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녹음 기능을 켠 이유와 저장된 내용을 먼저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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