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주운 지갑, 두고 간 휴대전화, 잘못 들어온 돈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4.04길에서 지갑을 주워 며칠 가방에 넣고 다녔습니다. 카페 옆자리에 놓인 휴대전화를 들고 나왔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서 잘못 송금된 돈을 생활비로 써 버렸습니다. 셋 다 남의 것을 가진 일이지만 법은 이 세 장면을 다르게 봅니다.
주인의 손을 떠났는지가 첫 갈림길입니다
주인이 잃어버려 누구의 점유에도 있지 않은 물건을 가지면 점유이탈물횡령입니다.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로 비교적 가볍습니다(형법 제360조).
그런데 카페 테이블이나 가게 계산대처럼 주인이 잠시 두고 간 자리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 물건은 아직 주인이나 가게 관리자의 점유 아래 있다고 보아 절도가 될 수 있습니다. 절도의 법정형은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어서 차이가 상당합니다(형법 제329조). 어디에서, 주인이 자리를 뜬 지 얼마나 지나서 가져왔는지가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잘못 들어온 돈은 횡령입니다
착오로 내 계좌에 들어온 돈은 주운 물건과 비슷해 보이지만, 대법원은 이를 돌려주지 않고 쓴 경우 점유이탈물횡령이 아니라 횡령죄로 봅니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송금인과 나 사이에 그 돈을 보관하는 관계가 생긴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주운 카드로 결제까지 했다면 또 다른 문제가 겹칩니다. 카드를 돌려주지 않은 부분과 별개로 신용카드 부정사용이 따로 문제 되고, 금액이 몇천 원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돌려줄 생각이었다면 그 흔적을 모아 두세요
유실물법은 남이 잃어버린 물건을 주운 사람이 이를 신속하게 주인에게 돌려주거나 경찰서나 지구대, 파출소에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유실물법 제1조). 며칠씩 들고 다니는 동안 이 의무를 미뤄 둔 셈이 되니, 그 사이 무엇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인에게 돌려줄 생각으로 잠시 보관했다면 점유이탈물횡령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마음속 의사는 보이지 않으니 정황으로 보여 줘야 합니다. 지갑 속 명함으로 연락을 시도한 기록, 유실물센터나 경찰서 위치를 검색한 기록, 주변 사람에게 맡기려 한 사정 같은 것들입니다.
무인점포 사건과 합의금
최근 상담이 늘어난 것이 무인점포 사건입니다. 이런 사건은 CCTV와 결제 기록으로 사람이 특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실과 다르게 부인하면 오히려 불리해집니다. 가져온 물건과 횟수, 금액을 정확히 확인하는 일부터 하셔야 합니다.
절도는 물건값을 다 내도 수사가 계속되는 죄입니다. 그렇다고 점주가 부르는 합의금을 그대로 받아들일 의무는 없습니다. 요구가 지나쳐 합의가 어렵다면 피해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형사공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피해를 빨리 회복하는 편이, 초범이라면 기소유예처럼 가벼운 처분으로 이어질 여지를 넓힙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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