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여럿이 때렸다면 합의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6.11

형사 사건에서 합의의 힘은 죄명마다 다릅니다. 어떤 죄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면 한 장으로 끝나고, 어떤 죄는 합의를 해도 수사가 그대로 이어집니다. 학교폭력은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차이를 모르고 합의에만 힘을 쏟다 당황하는 일이 생깁니다.

혼자 한 폭행과 여럿이 한 폭행

형법상 폭행은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형법 제260조). 협박도 같은 구조입니다(제283조). 여기까지는 합의가 사건을 끝낼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2명 이상이 공동으로 폭행이나 협박을 하면 폭력행위처벌법 제2조제2항에 따라 형이 2분의 1까지 가중되고, 같은 조 제4항에 따라 처벌불원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피해자와 합의해도 수사와 처분이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이때 합의는 사건을 끝내는 효과가 아니라 처분을 정할 때 유리하게 고려되는 사정이 됩니다.

처음부터 합의와 관계없는 죄명

상해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처벌불원으로 끝나는 죄가 아닙니다(형법 제257조). 학교폭력예방법이 학교폭력의 예로 든 '강제적인 심부름'은 형법에서는 강요(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제324조)로, 돈이나 물건을 뜯어 갔다면 공갈(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제350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역시 2명 이상이 함께하면 폭력행위처벌법으로 가중됩니다.

학교 안에서 '같이 있었을 뿐'이라는 아이도 공동폭행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동으로 했다고 보려면 여럿이 같은 장소에서 서로의 행위를 알고 이용하는 관계가 있어야 하므로, 아이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와 어디에 서 있었는지를 장면별로 정리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망을 보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부추긴 행동이 문제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소가 있어야 하는 죄도 있습니다

반대로 모욕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죄입니다(형법 제312조). 고소는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해야 해서, 피해학생 측은 학교 절차를 기다리다 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 처벌불원으로 끝날 수 있는 죄: 혼자 한 폭행, 협박
  • 고소가 있어야 하는 죄: 모욕
  • 합의와 관계없이 진행되는 죄: 상해, 공동폭행·공동협박, 강요, 공갈

소년 사건에서도 합의는 의미가 큽니다. 소년부 판사는 피해 변상 등 화해를 권고할 수 있고, 화해했다면 보호처분을 정할 때 고려할 수 있습니다(소년법 제25조의3). 합의서를 쓸 때는 형사 처벌불원 여부, 학폭위에 낼 의견, 치료비와 민사 청구 정리를 한 문서에 함께 담아야 나중에 다른 절차에서 다시 다투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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