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같은 합의라도 경찰, 검사, 법원 단계마다 무게가 다릅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3합의는 언제 하는 게 가장 좋으냐는 질문에는 한 문장으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성범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합의해도 사건이 끝나지 않고,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처분과 형에 반영될 뿐입니다. 그 반영의 방식이 단계마다 다릅니다.
경찰 단계의 합의
경찰 단계에서 받은 처벌불원서는 송치 뒤 공소청(검찰청) 검사가 기소유예를 검토할 때 가장 큰 의미를 가집니다. 기소유예로 끝나면 재판이 열리지 않고 신상정보 등록이나 이수명령도 따라오지 않습니다. 인정하는 사건에서 초기 합의가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피해자 연락처를 알 수 없어 수사관을 통해 의사를 묻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피해자가 동의해야 연락이 이어지고,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있으면 그 변호사와 협의합니다.
서두르는 합의에는 대가도 있습니다. 혐의를 다투는 사건에서 합의 제안부터 하면 행위를 인정한 것처럼 비칠 수 있고, 피해자는 조사도 끝나기 전에 연락을 받아 압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정할 사건인지 다툴 사건인지를 먼저 정하고 그다음에 합의를 이야기하는 순서가 맞습니다.
검사 단계와 재판 단계의 합의
송치된 뒤라도 처분 전이라면 합의서는 처분에 반영됩니다. 2026년 10월 2일 이후 고소된 사건은 공소청(검찰청) 검사가 송치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기소 여부를 정해야 하므로(형사소송법 제257조), 이 단계의 합의는 시간이 생각보다 촉박합니다. 처분이 내려진 뒤에 도착한 합의서는 그 처분을 되돌리지 못합니다. 약식명령이 나온 뒤에 합의가 됐다면 정식재판을 청구해 그 사정을 다시 판단받는 방법이 있고,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453조).
기소된 뒤의 합의는 형을 정하는 사정이 됩니다. 법원은 형을 정할 때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는데(형법 제51조), 피해 회복과 처벌불원은 그 가운데 무게가 큰 사정입니다. 1심이든 항소심이든 변론이 끝나기 전에 낸 자료만 그 심급의 판결에 반영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피해자 쪽 시계도 있습니다
합의 시점을 정할 때 잊기 쉬운 것이 피해자의 사정입니다. 조사를 막 마친 피해자에게 합의 이야기는 다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을 통해 의사를 확인하되, 거절하면 더 묻지 말고 다음 단계에서 공식 경로로 다시 확인하는 정도로 두어야 합니다. 합의가 된다면 처벌불원의 뜻과 함께 지급 시기와 방법을 분명히 적고, 처벌불원서를 내는 시점을 지급 일정과 맞추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소된 뒤에는 피해자 인적사항을 몰라도 형사공탁을 할 수 있지만, 법원은 판결 전에 피해자 의견을 듣습니다(형사소송법 제294조의6). 공탁이 합의를 대신한다고 기대하기보다, 합의를 위해 노력한 경과를 날짜별로 남겨 두는 편이 어느 단계에서든 쓸모가 있습니다. 지산은 피해자 측과의 합의 연락을 대신 맡아 그 경로를 하나로 정리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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