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학폭 처분을 다툴 때 쓰는 세 가지 논리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5.29행정심판 청구서를 처음 써 오신 부모님들의 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억울함이 처음부터 끝까지 길게 이어집니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위원회와 법원은 억울함의 크기를 재지 않습니다. 처분에 어떤 잘못이 있는지를 봅니다. 그 잘못은 대체로 세 갈래로 정리됩니다.
첫째, 사실을 잘못 인정했다
하지 않은 행위가 인정된 사실에 들어갔거나, 다른 학생의 행동이 우리 아이 몫으로 섞인 경우입니다. 단체 대화방 사건이나 여러 학생이 얽힌 사건에서 자주 생깁니다. 이 주장을 하려면 회의록과 사안조사 보고서에서 인정된 사실을 행위별로 쪼개고, 각각에 대해 인정하는지 다투는지와 그 근거를 한 표에 정리해야 합니다.
주의할 점은 행위를 전부 부인하는 방식이 이 주장을 오히려 약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 부분까지 다투면 나머지 주장도 함께 믿음을 잃습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다툴 부분은 좁고 단단하게 잡는 편이 낫습니다.
피해학생 측도 이 갈래를 씁니다. 신고서에 적은 행위가 인정된 사실에서 빠졌다면, 그 행위를 뒷받침하는 대화나 진술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묶어 '왜 이 부분이 빠졌는가'를 묻는 방식입니다.
둘째, 절차에 흠이 있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심의 과정에서 지켜야 할 절차를 여럿 정해 두었습니다. 교육장은 회의 일시·장소·안건을 당사자에게 통지해야 하고(제13조제4항), 심의위원회는 가해학생 조치를 요청하기 전에 가해학생과 보호자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제17조제8항). 위원이 당사자의 보호자였거나 친족이면 그 사건에서 제척됩니다(시행령 제26조).
통지서, 출석 안내 문자, 회의록을 나란히 놓고 빠진 절차가 없는지 찾는 작업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다만 절차상 흠이 있다고 언제나 처분이 취소되는 것은 아니어서, 그 흠이 결론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까지 함께 설명해야 합니다.
셋째, 조치가 지나치다
인정된 사실은 맞지만 그에 비해 조치가 무겁다는 주장입니다. 법률 용어로는 재량권을 벗어났거나 남용했다는 주장이고, 행정심판에서는 '부당하다'는 주장으로도 다툴 수 있습니다. 시행령 제19조의 판단 요소, 곧 심각성·지속성·고의성, 반성, 선도 가능성, 화해 정도 가운데 어느 요소가 사실보다 무겁게 평가됐는지를 짚어야 합니다.
- 같은 사건의 다른 학생과 행위·조치 비교
- 한 번에 그친 행위가 지속적인 것으로 평가되지 않았는지
- 심의 이후의 사과, 화해, 상담 이수 같은 새로운 사정
- 피해학생 측이라면 빠진 행위와 낮게 평가된 반복성
세 갈래를 모두 쓸 필요는 없습니다. 사건에 맞는 한두 갈래를 골라 깊게 파고드는 청구서가 위원들에게 더 잘 읽힙니다. 다툴 근거가 약하다면 그렇게 판단하고 다른 길, 예를 들어 졸업 전 삭제 심의를 준비하는 쪽이 아이에게 나을 때도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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