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형사
'한 다섯 번쯤'이라는 대답이 남기는 것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9.11한 다섯 번쯤 했던 것 같습니다. 조사실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성실하게 답하려는 사람입니다. 정확히 모르니 대충이라도 숫자를 말해야 할 것 같고, 모른다고 하면 숨기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됩니다. 그런데 마약 사건에서 어림한 숫자는 생각보다 오래 따라다닙니다.
추측한 숫자는 그대로 기록이 됩니다
조서에 적힌 다섯 번은 다음 조사에서 질문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 다섯 번이 각각 언제였는지, 어디서였는지, 누구와 함께였는지를 차례로 묻습니다. 처음부터 근거 없이 말한 숫자라 하나하나 채우다 보면 앞뒤가 맞지 않게 되고, 진술이 오락가락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감정 결과와 부딪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발 감정은 채취한 길이에 따라 수개월 전의 투약까지 보여 주기도 해서, 본인이 말한 시기와 감정으로 추정되는 기간이 어긋나면 그 차이를 설명해야 합니다. 매수 횟수와 금액은 몰수·추징 액수를 정할 때도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마약류관리법 제67조). 실제보다 많게 말한 숫자가 그대로 돈으로 바뀌는 셈입니다.
모른다는 말과 숨긴다는 말은 다릅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것은 그렇게 말하면 됩니다. 대신 기억나는 범위를 함께 말해야 숨기는 것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수사관이 대략이라도 말해 달라고 재촉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도 하나의 숫자 대신 범위와 근거로 답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 처음은 작년 봄 무렵이고,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 적어도 두 번은 분명하고, 그 이상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 송금 기록을 보면 날짜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답하면 확실한 사실과 불확실한 부분이 조서에서 구분됩니다. 나중에 송금 내역이나 대화 기록으로 날짜가 확인되면 그때 보완하면 됩니다. 반대로 실제보다 줄여 말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기록으로 더 많은 횟수가 확인되는 순간 그동안의 진술 전체가 의심받습니다.
조사 전에 숫자를 다시 세어 보는 일
그래서 조사 전 준비의 상당 부분은 숫자를 다시 세는 일입니다. 은행 앱에서 거래내역을 내려받고, 메신저 대화의 날짜를 확인하고, 그날 일정이 남아 있는 달력이나 사진을 찾아봅니다. 기억보다 기록이 정확합니다.
상담에 이런 기록을 가져오시면 날짜, 금액, 상대방 아이디, 받은 방법을 한 줄씩 적은 표를 함께 만듭니다. 그 표가 있으면 조사에서 숫자를 묻는 질문에 기억이 아니라 기록을 근거로 답할 수 있습니다.
이 작업은 영장실질심사나 재판까지 이어집니다. 판사 앞에서 한 말과 수사 단계의 말이 다르면 그 자체가 신빙성 문제로 번지기 때문에, 처음 정리한 숫자가 끝까지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고 준비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정직하게 답하는 것과 정확하게 답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형사 칼럼 더 보기
형사
회사가 알게 될까요? 알려지는 길은 정해져 있습니다
마약 사건 상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걱정 가운데 하나가 직장입니다. 수사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는 경로가 실제로 무엇인지, 막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눠 봤습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6형사
'판매자를 말하면 봐준다'는 말, 법적으로는 어떤 무게일까
수사 협조는 양형에서 감경 사유가 될 수 있지만, 양형기준이 정한 기준을 넘어야 무게를 갖습니다. 중요한 수사협조와 자수, 그리고 협조의 위험을 정리했습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5형사
마약 사건의 기소유예, '무혐의'와 무엇이 다른가
기소유예는 혐의를 인정하면서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입니다. 공소청(검찰청) 체계에서도 이어지는 조건부 기소유예의 종류와, 처분 뒤에 남는 기록을 정리했습니다.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