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횡령 금액 5억 원, 법정형이 달라지는 선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3.15직원의 횡령을 발견한 회사는 대개 ‘얼마나 빼돌렸는지’부터 묻습니다. 고소를 당한 쪽은 ‘그 돈이 다 횡령이냐’고 되묻습니다. 같은 숫자를 두고 양쪽이 이렇게 민감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금액이 처벌 법률 자체를 바꾸기 때문입니다.
먼저 횡령과 배임의 구분부터 짚어 두겠습니다. 맡아 둔 회사 돈이나 물건을 자기 것처럼 쓰거나 가져가면 횡령, 회사에 불리한 거래로 자신이나 남에게 이익을 넘기면 배임으로 나뉩니다. 법인카드 사적 사용은 주로 횡령으로, 특수관계 회사에 물건을 싸게 넘긴 일은 주로 배임으로 다투어집니다.
법정형이 세 단계로 나뉩니다
회사 돈을 보관하던 직원이 업무상 그 돈을 횡령하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그런데 횡령이나 배임으로 얻은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무거워지고,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됩니다. 이 경우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함께 물릴 수도 있습니다.
- 업무상횡령·배임(형법 제356조):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 이득액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특경법 제3조): 3년 이상 유기징역
- 이득액 50억 원 이상(특경법 제3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벌금형이 선택지에 있느냐 없느냐부터 다르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특경법이 적용되면 징역형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가 됩니다.
특경법 제3조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일정 기간 금융회사, 공공기관과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습니다(제14조). 징역형 집행이 끝난 날부터 5년, 집행유예라면 그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 같은 식입니다. 그 사람이 대표나 임원인 기업체가 일정한 인허가를 받지 못하게 되는 제한도 있습니다.
그래서 금액을 하나하나 따집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날짜별로 어느 계좌에서 얼마가 어디로 나갔는지를 빠짐없이 정리해야 합니다. 정상 지출처럼 꾸민 항목은 결재 기록과 실제 거래처 입금 내역을 맞대어야 드러납니다. 피해 금액이 정확해야 고소장이 설득력을 갖고, 손해배상 청구 금액도 그 숫자에서 출발합니다.
고소를 당한 쪽에서는 업무에 실제로 쓴 돈, 회사 승인이나 관행에 따라 지출한 돈, 이미 돌려놓은 돈이 피해액에 섞여 있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이득액은 고소인이 주장하는 손해액이 아니라 실제로 취득했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한 이익으로 따지기 때문에, 이 산정이 5억 원 선을 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횡령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처벌할 수 없게 되는 범죄가 아닙니다. 그래도 피해 회복 여부는 처분과 양형에 크게 반영됩니다. 회사는 재산 가압류로 회수 가능성을 지키고, 고소당한 쪽은 변제 계획을 현실적으로 세우는 것이 양쪽 모두에게 의미 있는 순서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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