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먼저 쓰던 이름을 남이 상표로 등록했다면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8.28몇 년째 같은 이름으로 가게를 운영해 왔는데 어느 날 상표권자라는 사람에게서 간판을 내리라는 경고장을 받습니다. ‘우리가 먼저 썼는데 말이 되느냐’는 억울함이 먼저 들지만, 우리 상표법은 먼저 등록한 사람에게 권리를 주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억울함만으로는 대응이 되지 않고, 법이 남겨 둔 길을 하나씩 확인해야 합니다.
침해인지부터 확인합니다
상표권은 등록할 때 정한 지정상품 범위 안에서 효력을 가집니다. 타인의 등록상표와 같거나 비슷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같거나 비슷한 상품에 쓰는 것이 침해이고, 침해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상표법 제108조, 제230조). 이름이 비슷해도 상품이 전혀 다른 종류라면 침해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고장을 받으면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에서 등록번호, 지정상품, 출원일과 등록일, 권리가 살아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상대방 출원일과 우리 쪽 사용 시작일을 나란히 놓는 것이 이후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선사용권이 인정되는 경우
상표법 제99조는 상대방이 출원하기 전부터 부정경쟁 목적 없이 그 상표를 계속 써 왔고, 그 결과 출원 당시 국내 수요자들 사이에 그 상표가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면 계속 쓸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합니다. 자기 성명이나 상호를 상거래 관행에 따라 쓰는 경우에는 수요자 인식 요건이 없어도 됩니다.
- 사업자등록증과 개업일
- 첫 판매 기록, 세금계산서, 매출 자료
- 간판·메뉴판·포장지 사진과 제작 시기
- 광고, 블로그, 언론 노출 등 알려졌음을 보여 주는 자료
선사용권은 기존에 쓰던 범위를 지키는 권리에 가깝습니다. 계속 쓸 수 있다고 인정되더라도 사업을 크게 넓히는 데까지 보호되는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의 사업 계획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선사용권이 인정되더라도 상표권자는 출처가 섞이지 않도록 필요한 표시를 하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제99조 제3항). 상호 옆에 지역명을 붙이거나 디자인을 달리하는 식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고, 이 부분은 협상으로 풀 여지가 큽니다.
상대방 등록을 다투는 방법
상대방 상표가 애초에 등록될 수 없는 것이었다면 무효심판을, 등록 후 정당한 이유 없이 3년 이상 국내에서 쓰지 않았다면 불사용 취소심판을 특허심판원에 낼 수 있습니다. 심판은 지산과 협력하는 변리사와 함께 진행하고, 그동안 사용 범위나 기간을 정하는 합의안도 함께 비교합니다.
어떤 길을 고르든 경고장에 적힌 기한 안에 짧게라도 회신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대응 없이 계속 쓰면 이후 손해배상에서 고의를 인정받기 쉬워지고, 고의 침해에는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액이 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제110조 제7항).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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