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대리수술, 누가 대신했느냐에 따라 죄가 달라집니다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9.12

'대리수술'은 하나의 말이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다른 사건 여러 개를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동의서에 적힌 의사 대신 다른 의사가 집도한 경우, 의료기기 업체 직원이나 간호조무사가 수술의 일부를 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어느 쪽인지 가리는 것이 사건을 이해하는 첫 단계입니다.

다른 의사가 집도했다면

의료법 제24조의2는 수술 전에 수술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의 성명을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하고, 주된 의사가 바뀌면 변경 사유와 내용을 서면으로 알리도록 합니다. 알리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이고, 행정처분 규칙상 자격정지 6개월 기준이 적용됩니다.

무면허 의료행위는 아니지만, 환자가 동의하지 않은 의사에게 수술받은 셈이 되어 상해나 사기로 고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술 중 응급 상황 때문에 바뀐 것이라면 그 사정이 중요한 방어 자료가 되고, 바뀐 사유와 내용을 환자에게 서면으로 알린 기록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참여했다면

의료인이 아닌 사람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제27조 제5항, 제87조의2 제2항). 그로 인해 환자가 다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7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무거워집니다.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수술 등을 하게 했다면 면허취소 사유입니다(제65조 제1항 제7호).

업체 직원이 수술실 옆에서 기구 사용법을 말로 설명한 정도는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직접 기구를 잡거나 환자 몸에 손을 댔다면 평가가 달라집니다. 절개, 기구 조작, 봉합, 마취 관찰처럼 수술 과정을 단계별로 쪼개 누가 어느 부분을 했는지 정리하면 쟁점이 좁혀집니다.

대리처방은 요건이 따로 있습니다

처방전은 직접 진찰한 의사만 내줄 수 있습니다(제17조의2). 환자의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같은 병으로 장기간 같은 처방을 받아 온 경우에만 직계가족이나 배우자 등에게 대리수령을 허용합니다. 요건 없이 내준 의사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 받은 사람은 500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수면제나 식욕억제제처럼 향정신성의약품이 들어 있으면 마약류관리법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수술실 CCTV가 남기는 것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 측이 요청하면 촬영해야 합니다(제38조의2). 영상은 30일 이상 보관하고, 범죄 수사와 재판을 위한 관계 기관의 요청 등 법이 정한 경우에만 열람·제공할 수 있습니다.

진술이 영상이나 마취기록, 출입 기록과 어긋나면 그 자체가 불리한 증거가 됩니다. 기록을 먼저 확인하고 말하는 순서를 지키고, 수술기록을 나중에 사실과 다르게 고치는 일은 진료기록 거짓 작성 혐의를 더할 뿐이니 하지 마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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