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사무장병원 수사, 봉직의가 첫 조사 전에 그려야 할 시간표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6.18

몇 년 전 몇 달 일했던 병원이 사무장병원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며 연락이 옵니다. 월급만 받았는데 왜 제가 조사를 받느냐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상당 부분 첫 조사에서 무엇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같은 병원, 다른 책임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연 병원에 고용되어 진료만 했다면 의료법 제90조(500만원 이하 벌금)와 자격정지가 문제 됩니다. 개설 단계부터 함께 계획하고 수익을 나눴다면 비의료인의 개설에 가담한 것으로 보아 제87조(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가 적용되고, 공단을 속여 급여비를 받았다는 사기죄가 함께 문제 되기도 합니다. 면허 자체를 빌려준 것으로 보면 면허취소 사유입니다. 결국 수사의 질문은 언제 무엇을 알았고 어디까지 관여했느냐로 모입니다.

기억 대신 자료로 시간표를 만듭니다

몇 년 전 일을 기억만으로 답하면 날짜와 순서가 흐트러집니다. 조사 전에 아래 자료로 입사부터 퇴사까지 시간표를 먼저 만드세요.

  • 근로계약서, 급여 입금 내역, 원천징수영수증
  • 개설 신고 서류와 서명한 날짜
  • 통장·인감·공동인증서를 누가 보관했는지 보여 주는 자료
  • 사무장이나 행정원장과 주고받은 문자와 메신저
  • 퇴사 경위와 퇴사 뒤 개설자 변경 서류
  • 월급 외에 받은 돈의 명목과 날짜

시간표를 만들다 보면 그때는 몰랐다는 설명이 자료로 뒷받침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나뉩니다. 예를 들어 직원 면접을 누가 봤는지, 장비 구매를 누가 결정했는지, 월말 결산을 누구에게 보고받았는지가 대표적입니다. 뒷받침되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설명할지가 조사 연습의 중심이 됩니다.

퇴사한 뒤에도 내 이름으로 병원이 운영됐는지도 확인해 보세요. 퇴사했는데 개설자 변경이 늦어졌다면 그 기간의 청구까지 명의 원장 책임으로 계산될 수 있습니다. 퇴사 통보 문자, 마지막 급여일, 개설자 변경을 요청한 기록이 있다면 함께 모아 둡니다.

사무장의 연락은 받지 않습니다

수사가 시작되면 사무장이 먼저 연락해 진술을 맞추자고 하거나 변호사를 붙여 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무장과 명의 원장은 책임의 범위를 두고 이해가 갈리는 관계입니다.

연락이 오면 응하지 말고 그 내용을 저장해 두세요. 메신저 기록을 지우는 것도 안 됩니다. 이미 압수됐을 수 있고, 지우면 증거인멸로 의심받습니다.

환수와 자격정지는 따로 준비합니다

공단 환수는 명의 원장에게 나오고, 형사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진행됩니다. 이의신청 기한(처분을 안 날부터 90일)을 놓치지 않도록 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따로 챙겨야 합니다. 형사, 자격정지, 환수 세 절차의 서면이 서로 어긋나지 않게 처음부터 같은 방향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진신고를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의료법은 사무장에게 고용된 의료인이 스스로 신고하면 자격정지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게 하고, 위반이 드러나기 전에 신고하고 조사에 협조하면 1차 위반은 처분을 면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의료법 제66조 제5항,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다만 이미 수사가 시작된 뒤라면 드러나기 전이라는 요건을 채우기 어렵고, 형사 책임과 환수는 따로 남습니다. 신고서에 무엇을 어디까지 적을지는 상담 뒤 정하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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