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예상하지 못한 사망 뒤, 유족 앞에서 처음 하는 말
강현우 파트너 변호사2026.06.12수술이나 시술 뒤 환자가 숨지면 병원은 몇 시간 안에 여러 일을 동시에 겪습니다. 유족이 도착하고, 의료진은 충격 속에서 설명을 해야 하고, 경찰이 오기도 합니다. 그 혼란 속에서 나온 말이 몇 달 뒤 조서와 소장에 그대로 인용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위로와 인정은 다릅니다
유족 앞에서 저희 잘못이라는 말이 먼저 나오기 쉽습니다. 사람으로서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원인이 밝혀지기 전에 과실을 인정하는 말은 이후 수사와 소송에서 결정적인 증거처럼 쓰입니다. 도의적으로 죄송하다고 한 말이 잘못을 인정한 꼴이 됐다는 의사들의 하소연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차갑게 대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깊은 유감과 위로는 충분히 전해야 하고, 그것이 이후의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다만 경과는 확인된 사실만 설명하고, 원인에 대해서는 부검이나 감정으로 확인될 것이라고 말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때 다른 검사를 했어야 했다'처럼 결과를 알고 난 뒤의 가정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누가, 어디서 설명할지
설명하는 사람을 한 명으로 정하세요. 담당 의사, 간호사, 원무과가 각자 다른 말을 하면 유족은 병원이 무언가 숨긴다고 느낍니다. 담당 의료진이 충격으로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바로 유족 앞에 세우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 조용한 공간에서, 가능하면 동석자를 두고
- 확인된 경과는 시간순으로
- 모르는 것은 확인 중이라고
- 진료기록 사본 요청에는 서류를 확인한 뒤 응한다고
유족이 진료기록 사본을 요청하면 법이 정한 서류를 확인한 뒤 내줘야 합니다. 거부하거나 미루면 기록을 숨기려 한다는 의심을 삽니다.
내준 날짜와 범위는 따로 적어 두세요. 원무과나 병동 직원에게도 같은 기준을 미리 알려 두어야 합니다. 유족의 항의를 받던 직원이 무심코 한 말 한마디가 병원의 공식 설명처럼 받아들여지는 일이 생깁니다.
그날 함께 해야 할 일
진료기록, 마취기록, 간호기록, 모니터 기록을 지금 상태 그대로 출력해 두고, 수술실 CCTV 영상이 있다면 보관 기간이 지나 지워지지 않게 보존합니다. 사망 뒤 기록을 보충하거나 고치면 그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조작으로 의심받습니다. 꼭 남겨야 할 내용은 작성 일시를 밝힌 별도 메모로 정리하세요. 변사가 의심되면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합니다(의료법 제26조).
의료진끼리 단체 대화방에서 경위를 길게 논의하는 것도 피하세요. 그 대화가 그대로 압수 대상이 됩니다. 관여한 의료진이 각자 기억하는 경과를 따로 메모해 두게 하되, 서로 맞춰 보지는 않게 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절차
유족의 고소나 변사 처리 과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 수사가 시작될 수 있고, 사망 사건은 유족이 의료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병원 동의 없이 절차가 시작됩니다. 민사 소송이 따로 제기되기도 합니다. 어느 절차로 가든 그날 남긴 기록과 그날 한 말이 출발점이 되니, 밤이나 주말이라도 그날 바로 변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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