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차트 보충과 진료기록 조작, 경계는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6.05사고가 난 뒤 차트를 다시 열어 보면 빠진 내용이 눈에 들어옵니다. 실제로 했던 설명, 측정했던 수치, 보호자와 나눈 대화가 기록에 없을 때 의사는 고민에 빠집니다. 지금 적어 넣으면 사실을 남기는 것인지, 증거를 만드는 것인지 스스로도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법이 금지하는 범위
의료법 제22조 제3항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제88조). 문언상 처벌 대상은 '거짓'과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입니다.
진료 당시 빠뜨린 내용을 사실대로 보충하고 언제 왜 보충했는지 함께 남겼다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분쟁이 생긴 뒤 하지 않은 설명이나 검사를 했다고 적었다면 거짓 작성이 됩니다. 추가기재나 수정을 했다면 수정 전 원본도 함께 보존해야 하고, 환자는 그 원본까지 열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전자의무기록은 흔적을 남깁니다
전자의무기록에 추가기재·수정을 하면 접속기록을 따로 보관해야 합니다(제23조). 언제 누가 어느 화면을 고쳤는지가 그대로 남는다는 뜻입니다. 수사기관은 이 로그를 먼저 확보하므로, 기억에 기대 '고친 적 없다'고 진술하면 로그 한 장에 신빙성을 잃습니다.
다른 직원이 의사 계정으로 입력한 기록도 문제 됩니다. 진료기록부는 의사가 기록하고 서명해야 하는데, 계정을 함께 쓰면 작성 주체부터 흔들립니다. 바쁜 외래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계정 공유가 사고 뒤에는 조작 의심의 근거로 바뀝니다. 계정은 사람마다 따로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처분 기준도 유형마다 다릅니다
형사 처벌과 별도로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둡니다. 숫자만 보면 가벼워 보여도 자격정지 기간에는 진료를 할 수 없습니다.
- 진료기록부 서명 누락: 경고
- 진료기록을 하지 않음: 자격정지 15일
- 거짓 작성·고의 수정, 보존하지 않음: 자격정지 1개월
진료비 거짓 청구와 이어지면 거짓 청구 기준이 따로 적용돼 훨씬 무거워집니다. 청구 내역에 맞추려고 기록을 고치면 기록 위반과 청구 위반이 동시에 성립하는 셈입니다.
기록을 정해진 기간 동안 보존하지 않은 것도 위반입니다. 의료법 시행규칙은 진료기록부와 수술기록을 10년, 간호기록부와 검사소견기록을 5년, 처방전을 2년 보존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폐업할 때도 이 의무는 사라지지 않아서 기록을 보건소에 넘기거나 허가를 받아 직접 보관해야 합니다.
꼭 보충할 내용이 있다면 원래 기록은 그대로 둔 채 작성 날짜를 밝힌 별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원칙입니다. 환자 측이 문제를 제기한 시점의 기록은 출력하거나 사본으로 만들어 따로 보관해 두세요. 그 시점의 기록 상태가 나중에 가장 중요한 비교 기준이 됩니다. 기록을 손대기 전에 상담을 먼저 받는 것이 순서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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