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의료사고가 의심될 때 환자와 가족이 첫 한 달 동안 할 일

강현우강현우 파트너 변호사2026.09.16

이 글은 병원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의 입장에서 씁니다. 수술 뒤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거나 설명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가족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른 채 병원과 감정 섞인 대화를 이어 가게 됩니다. 병원 쪽 사건을 많이 다루다 보면, 처음 한 달 동안 환자 측이 무엇을 정리해 두었느냐가 이후 조정이나 소송의 흐름을 크게 바꾼다는 것을 자주 봅니다.

진료기록부터 받습니다

환자 본인은 진료기록의 열람과 사본 발급을 요청할 수 있고, 병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습니다(의료법 제21조 제1항). 가족이 대신 신청하려면 환자의 동의서와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서류 등 법이 정한 서류가 필요하고, 환자가 사망했다면 유족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진료기록부뿐 아니라 간호기록, 마취기록, 검사 결과지와 영상까지 범위를 정해 요청하세요.

분쟁 중이라는 이유로 병원이 사본 발급을 미룬다면 요청한 날짜와 답변을 기록해 두세요. 받은 기록은 원본 파일 그대로 보관하고, 읽기 어려운 부분은 나중에 다른 의사의 도움을 받아 해석하면 됩니다.

기록하고 남겨 둘 것

  • 날짜별 증상 변화와 병원에서 들은 설명
  • 설명한 사람의 이름과 동석자
  • 받은 동의서 사본과 진료비 영수증
  • 이후 다른 병원에서 받은 진단과 치료 기록
  • 휴업이나 간병으로 생긴 손해를 보여 주는 자료

병원과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대화 당사자라면 통신비밀보호법상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녹음보다 중요한 것은 차분하게 질문하고 답을 정확히 듣는 일입니다.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진료를 방해하면 의료법 위반이 되고, 중재원 조정 절차에서도 불리한 사정이 됩니다(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7항·제10항).

온라인에 병원 이름을 밝혀 글을 올리는 일도 조심해야 합니다. 경험을 적은 글이라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섞이면 명예훼손 다툼이 생기고, 그만큼 본래의 분쟁 해결이 늦어집니다.

어느 절차로 갈지

선택지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민사 소송, 형사 고소입니다. 같은 분쟁을 소비자원에 이미 신청했거나 법원에 소를 냈다면 중재원 조정신청은 각하되니(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3항) 순서를 정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조정은 원칙적으로 90일 안에 결론을 내는 절차라 빠르지만, 일반 사건은 병원이 응하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습니다. 사망이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같은 중한 사건은 병원 동의 없이 절차가 시작됩니다.

기한도 있습니다. 조정신청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원인이 된 의료행위가 끝난 날부터 10년 안에 해야 하고(같은 법 제27조 제13항), 민사 손해배상 청구권도 같은 기간이 지나면 시효로 사라집니다(민법 제766조).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기록을 받고 경위를 정리한 뒤에는 방향을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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