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투자 손실이 났다고 배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10.02주주와 갈등이 깊어지면 대표이사에게 배임 고소장이 날아오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신사업 투자가 실패했다, 거래처에 빌려준 돈을 못 받았다, 자산을 싸게 팔았다는 사정이 고소 사유로 등장합니다. 고소를 당한 대표는 ‘회사를 위해 한 결정인데 왜 범죄냐’고 묻습니다.
배임은 결과가 아니라 임무 위배를 묻습니다
업무상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얻게 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성립합니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이사 같은 회사 임원이라면 상법 제622조의 특별배임죄도 함께 검토되고, 법정형은 같습니다.
핵심은 ‘임무에 위배했는가’입니다. 판례는 경영자가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모아 검토하고 회사 이익에 맞는다고 믿고 신중하게 판단했다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났더라도 쉽게 임무위배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습니다. 사업에는 위험이 따르고, 모든 실패를 범죄로 보면 아무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경영 판단으로 보호받기 어려운 경우
반대로 이 보호가 잘 통하지 않는 유형도 있습니다. 판례는 배임의 손해에 현실적인 손해뿐 아니라 손해 발생의 위험도 포함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 뻔한 상대방에게 담보 없이 빌려준 경우라면 나중에 일부를 돌려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벗기 어렵습니다.
- 대표나 대주주 개인, 그 가족 회사에 유리한 거래
- 변제 능력이 없는 계열사에 담보 없이 한 대여나 보증
- 외부 평가 없이 시가와 크게 다른 가격으로 한 자산 거래
- 이사회 결의 같은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결정
이런 거래는 ‘회사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설명보다 결정 과정의 객관적 기록이 훨씬 중요합니다. 2025년 개정 상법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명시한 것도 특수관계 거래를 볼 때 무게를 더할 수 있습니다.
결정 당시의 기록이 방어의 전부입니다
고소를 당한 뒤 자료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투자나 대여를 결정할 때 어떤 정보를 받았는지, 다른 선택지와 비교했는지, 담보나 회수 방안을 검토했는지가 이사회 의사록, 내부 검토 보고서, 외부 평가서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고소를 당했다면 이 자료를 결정 시점 순서대로 정리해 진술 전에 변호인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첫 순서입니다.
고소 이후의 시간표
수사 구조도 바뀌었습니다. 2026. 10. 2. 공소청(검찰청)이 출범하면서 검사는 직접 수사하지 않고,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토해 필요하면 보완수사를 요구합니다. 고소 사건은 사법경찰관이 고소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수사를 마쳐 송치 여부를 정해야 하므로(형사소송법 제238조), 첫 조사까지 시간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이득액도 따로 따져야 합니다. 고소인이 주장하는 손해액이 그대로 이득액이 되는 것은 아니고,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인지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여부가 갈립니다. 회사에 손해가 났다는 사실과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결론 사이에는 생각보다 많은 단계가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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