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노동청 출석요구서를 받은 사장님이 먼저 만들 표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9.25

퇴사한 직원이 노동청에 진정을 넣으면 사업주에게 출석요구서가 옵니다. 받는 순간 “내가 범죄자가 된 건가” 싶어 불쾌하고, 직원에게 전화해 따지고 싶어집니다. 그 전화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진정을 취하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표 하나를 만드는 데 그 시간을 쓰세요.

줄 돈과 준 돈을 나란히

근로감독관이 확인하는 것은 결국 숫자입니다. 근로계약서상 임금 구성, 실제 근무시간, 이미 지급한 금액을 차례로 묻습니다. 기간별로 줘야 할 돈과 실제 준 돈을 표로 만들고, 인정하는 금액과 다투는 금액을 나눠 두면 조사가 훨씬 수월합니다.

  •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
  • 급여 이체 내역
  • 출퇴근 기록, 출입 기록, 포스(POS) 로그인 기록
  • 업무 메신저의 시간 기록

연장근로 시간을 다툰다면 기억이 아니라 객관적인 기록으로 맞서야 합니다. 사업주가 “그렇게 늦게까지 일한 적 없다”고만 말하면 직원 주장대로 정리되기 쉽습니다. 포괄임금 약정을 주장한다면 그 약정이 근로계약서에 어떻게 적혀 있는지도 함께 봅니다.

표를 만들어 보면 회사가 생각하지 못한 금액이 보이기도 합니다. 연차수당이나 퇴직금 산정에서 빠진 수당이 대표적입니다. 인정할 부분은 먼저 지급하고 다툴 부분만 남기면 조사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감독관 앞에서 직원 태도나 퇴사 경위를 길게 이야기하는 사업주가 많습니다. 서운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체불 여부와는 관계가 없어 조사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말은 줄이고 표와 자료로 답하는 편이 낫습니다.

진정 사건이 흘러가는 길

체불이 확인되면 감독관은 기한을 정해 지급하라고 지시합니다. 그 안에 지급하면 대부분 행정 절차로 마무리되지만, 지급하지 않으면 형사 사건으로 바뀌어 사업주가 피의자로 조사받고 송치될 수 있습니다.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도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으니(근로기준법 제116조 제2항) 날짜가 맞지 않으면 전화로 조정을 요청하세요.

퇴직한 직원의 임금은 퇴직 후 14일 안에 지급해야 하고, 그 뒤로는 연 100분의 20의 지연이자가 붙습니다. 조사가 길어질수록 갚을 돈도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10월 8일부터 달라지는 것

2026. 10. 8.부터 임금·퇴직금 체불의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라갑니다(근로기준법 제107조). 그 전에 생긴 체불은 행위 당시 법정형인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기준입니다. 피해 근로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구조는 유지되지만, 명단이 공개된 체불사업주가 공개 기간 중 다시 체불한 경우는 예외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지급과 함께 처벌불원 의사를 받는 합의가 많습니다. 합의서에는 지급 금액과 날짜, 분할이면 회차별 날짜, 처벌불원 문구를 적습니다. 처벌불원서를 먼저 요구하기보다 지급 계획을 먼저 보여 주는 순서가 결과적으로 낫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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