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의료사고 합의서, 민형사상 이의 없음 한 줄로는 부족합니다
강현우 파트너 변호사2026.05.28환자 측과 합의가 되면 빨리 서명하고 끝내고 싶습니다. 인터넷에서 받은 양식에 금액을 적고 향후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넣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의료사고 합의서가 나중에 다시 문제 되는 경우를 보면 대개 이 한 줄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누구와 합의하는가
합의 상대는 환자 본인입니다. 환자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상태인데 보호자만 서명했다면 합의의 효력을 다투게 될 수 있습니다. 가족이 대신 나선다면 환자 본인의 위임장을 받고, 환자가 의사를 밝힐 수 없는 상태라면 성년후견인이 선임됐는지 확인하세요. 환자가 숨졌다면 상속인이 누구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무엇을 끝내는가
금액보다 먼저 정할 것은 그 돈이 무엇을 보상하는지입니다. 합의 당시 알려진 상태를 구체적으로 적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예상하지 못한 후유증을 이유로 추가 청구가 들어올 여지가 생깁니다. 추가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어도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중대한 손해라면 청구가 인정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 이미 낸 진료비와 미납 진료비, 향후 치료비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 위자료와 일실수입까지 포함한 최종 합의인지
- 합의 당시 알려진 환자 상태와 진단명
- 합의 사실과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조항
- 형사 고소를 하지 않거나 취소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합의서에 병원이 과실을 인정한다는 문장은 넣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원만한 해결을 위한 합의라는 표현으로 충분하고, 사과의 뜻은 따로 전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게시글이 함께 문제 된 사건이라면 게시글 삭제와 재게시 금지도 합의 조건으로 넣어 둡니다.
형사 사건과의 관계
업무상과실치상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사건이 바로 끝나는 죄가 아닙니다. 합의는 기소 여부와 형량에 유리하게 반영될 뿐입니다. 반면 중재원 절차 안에서 조정이 성립하거나 합의로 조정조서가 작성되면, 중한 결과가 생긴 경우가 아닌 한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 사안에 따라 병원과 환자끼리 쓰는 합의서보다 중재원에서 조정조서를 남기는 쪽이 나은 이유입니다.
배상책임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했다면 합의 전에 보험사와 상의하세요. 상의 없이 합의하면 보상 범위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지급은 계좌이체로 하고, 나눠 준다면 지급일과 지급하지 못했을 때의 처리를 적어 두세요.
합의하는 날의 순서
합의서 문안은 당일 처음 보여 주기보다 미리 보내 환자 측이 읽어 볼 시간을 주는 편이 좋습니다. 서명하는 날에는 상대방의 신분증과 위임장을 확인하고, 합의서는 두 부를 만들어 각자 서명한 뒤 한 부씩 나눠 갖습니다.
형사 사건이 진행 중이라면 합의금 지급과 처벌불원서 작성이 어떤 순서로 이뤄지는지도 미리 정합니다. 처벌불원서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내야 의미가 있으니, 누가 언제 제출할지까지 합의서에 적어 두면 뒤탈이 줄어듭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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