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의료사고 형사 사건에서 조정과 합의가 갖는 의미

김한솔김한솔 대표 변호사2026.04.15

의료사고로 고소를 당한 의사가 가장 먼저 묻는 것 가운데 하나가 '합의하면 끝나느냐'입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죄여서, 원칙적인 답은 '아니오'입니다. 그런데 의료사고에는 이 원칙을 바꾸는 특례가 하나 있습니다.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의 특례

의료사고로 업무상과실치상죄를 범한 보건의료인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조정이 성립하거나 합의로 조정조서가 작성되면,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상해 사건에 한해 반의사불벌죄와 비슷한 효과가 생기는 셈입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처럼 오래된 제도는 아니어서 의료진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예외도 분명합니다. 피해자에게 생명의 위험, 장애, 불치나 난치의 질병이 생긴 경우는 조정이 성립해도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망 사건은 '치상'이 아니라 '치사'이므로 처음부터 대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특례의 조건은 중재원에서의 조정 성립이어서, 병원과 환자가 따로 맺은 합의서만으로는 같은 효과가 생기지 않습니다.

자주 혼동되는 제도가 하나 있습니다. 사망이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같은 중한 사건은 병원이 동의하지 않아도 중재원 조정이 자동으로 시작되지만, 이것은 민사 조정 절차의 이야기입니다. 조정이 자동으로 열린다고 형사 특례까지 따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특례가 없어도 합의는 의미가 있습니다

사망 사건이나 중한 결과가 생긴 사건에서도 합의와 피해 회복은 기소 여부와 형량을 정할 때 유리한 사정으로 반영됩니다. 다만 합의서에 과실을 인정하는 표현이 들어가면 형사에서 불리하게 읽힐 수 있으므로, 위로와 책임 인정을 구분해 적어야 합니다. 배상금을 의료배상책임보험이나 공제로 처리하더라도 합의서 문구를 보험사 양식에만 맡기지 말고 형사 사건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 보세요.

조정 절차에서 낸 소명서와 진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정에서 한 설명과 경찰 조사에서 한 진술이 어긋나면 신빙성 문제가 생기므로, 두 절차의 서면은 같은 사실관계 위에서 써야 합니다.

면허와의 관계

형법 제268조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더라도 의료행위 중의 일이라면 면허취소 사유에서 빠집니다(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단서). 하지만 같은 사건에서 진료기록 사후 수정이나 허위 진단서가 함께 문제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진료기록 거짓 작성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고, 이 예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약식명령으로 벌금이 나왔다면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안에 정식재판을 청구할지 정해야 합니다. 벌금을 받아들일지는 민사 분쟁과 처분 절차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따져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확정된 형사 판결은 민사 소송에서 과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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